(11)국내 전 계기 지상소개|즐거움|신라 토기의 가무|이난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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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토우란 원래 토 제의 인형이란 뜻이다. 그러나 다른 동물이나 일상용구·가옥 등을 본뜨기도 하고 그 만드는 재료도 석제골각제 등 다양하나 흔히 토우란 말로 쓰여진다. 아득한 구석기시대부터 그 예가 알려져 왔는데 이들은 대지의 풍요를 빌고 질병과 재해에서의 안전을 기원하는 의미를 지닌다. 중국에서는 토 통이라 하여 부장용의 토우가 많고 일본에서는 선사토우를 비롯하여 고분시대에는 하니와로 불리는 토우가 널리 알려져 있다.
신라는 역시 독립된 토우로서 주악하는 인물에서 비롯하여 기마 인물·오리집 모양·배 모양 등 특이한 형태의 토기가 알려져 있다. 금령총출토 인물의 말 탄 모습이나 배 젓는 모습 등은 특히 유명하다. 그밖에 손가락 만한 토우가 목과 어깨에 다닥다닥 장식된 항아리나 고배가 있어서 주목을 끈다. 경주 미추왕릉지구에서 출토된 이 장경감은 그 작은 토우들이 보는 이로 하여금 끝없는 신비감을 불러일으켜 상상의 날개를 펴게 만든다.
얼굴 윤곽은 뚜렷하지 못하나 임신한 여인이 가야금을 뜯는 모습을 비롯하여 개구리의 뒷발을 물고 있는 기다란 뱀, 날개를 활짝 핀 새, 물고기·거북 등과 함께 성애중인 남녀의 모습 등 이 보인다. 고대의 제례 장송에는 대체로 춤과 노래가 따른다는 기록이 삼국지위 지에도 보이고 있는데, 우리의 저 유명한 고구려의 고분벽화에도 주악가무하는 그림이 있다.
이 주악하는 토우도 풍요를 기원하는 노래를 읊을 수도 있고 때로는 구슬픈 조가를 부를 수도 있다.
기다란 뱀이 개구리를 물고 있는 것은 벽 사와 주술의 뜻이 담겨져 있다고 해석된다. 개구리나 뱀이 몇 차례씩 그 모습을 달리하는 과정은 그들의 눈에 한없는 경이감을 불러 일으켰을 것이다.
삼국지에 보면 마한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대우를 같이 부장 하는데 이는 사자가 비장 하라는 뜻이라 하였다. 새는 원래 태양숭배사상에서 비롯하여 조령과의 매개체 역할을 한다고 믿고 있어서 새는 세계적으로도 각지에서 보이고 있다.
신라 토우에서도 새가 많이 있고 중국에도 부장용 토우에는 관풍오 라 하여 독특한 형태의 새가 있다.
물고기·거북 등은 신라인에게는 상당히 친근했던 동물로 보이는데 신라의 저 화사한 요패에는 반드시 물고기 모양이 있어서 다분히 주술적인 힘이 있던 것으로 해석된다. 울주 암각화에는 물고기가 많이 보이며 무령왕릉출토의 청 동잔 속에 있는 두 마리의 물고기가 연지에서 노는 모습은 일품에 속한다.
성애중인 남녀 상에 이르면 우선 느껴지는 것은 강렬한 에로티시즘이다. 이들은 아마도 생식과 풍요를 비는 인간본연의 모습을 대자연의 섭리와 함께 상징적으로 나타낸 것이 아닌가 생각게 한다.
결국 이 토우는 소중하게 보관해야 할 종자의 저장용기라고도 해석되며 제례용의 술을 빚어 담던 그릇으로도 해석할 수가 있겠다. <끝><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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