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국민 l카드 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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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국민의 갖가지 실태 파악을 위한 기록을 1국민당 1장의 카드로 통합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이 통합기록 카드 제가 시행되면 현재 9종의 장 표와 17종의 대장에 다 기하게 분산돼 있던 각종기록이 하나로 통합된다.
복잡했던 기록이 통합되면 행정관리상 여러 편리한 점이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행정기록의 간소화로 행정의 능률화에 기여하게 되리라 믿는다.
물론 이 통합기록 카드 제가 실시된다 해서 26종의 장 표와 대장이 당장 없어질는지는 분명치 않지만 그렇더라도 행정기록의 획기적인 간소화가 이루어지리라는 것은 확실하다. 이렇게 되면 다 기한 기록을 유지해야 하는 짐이 덜어지기 때문에 일선행정 공무원들의 격무도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통합기록이 되면 이를 전산화(EDPS)하여 인력자원을 효율적으로 파악·관리하는데도 무척 편리하리라 생각된다.
다만 통합기록 카드 제가 소기의 편의와 효율성을 발휘하려면 모든 관련행정이 새로운 제도에 맞추어 정비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예컨대 현재의 주민등록표가 가족 내지 가구단위로 되어 있는데 비해 통합기록 카드는 개인단위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관련행정이 현재와 같이 가구중심의 서식을 계속 요구한다면 행정처리가 오히려 번잡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획기적인 새 서식의 시행을 계기로 행정서식 전반의 간소화와 과학화를 위한 종합적인 점검이 있었으면 좋겠다.
60년대에 들어 비교적 발전했던 군대의 행정관리제도가 도입된 이래 일반행정처리와 서식 등 행정관리의 여러 부 면에 많은 개선이 이루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도 개선되어야 할 여지가 너무도 많다는 것은 민원창구에 가 본 국민은 물론, 공무원 자신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우선 각종 행정서식 중 통합해도 좋을 비슷한 것들이 너무도 많다. 이번에 정부가 고치기로 한 통합기록 카드는 그 대표적 예일 뿐이다. 중복되는 것이 행정의 내부서식이라면 또 모르겠는데 국민의 불편과 직결되는 민원서식마저 그러니 문제다. 이렇게 통합해도 될 비슷한 서식은 부처에 관계없이 통합, 간소화하는 것이 옳다. 뿐만 아니라 서식의 항목 중 없어도 될 것은 빼고 용지의 크기도 가능한 한 줄이는 등 전반적으로 서식통제 기능이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민원서식은 복사 본을 활용토록 해 민원서식을 기록하는 국민을 편하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외국여행을 해본 사람은 모두 겪는 일이지만 똑같은 기록에 똑같은 사진을 4∼5장씩 내야 하는 서식이 있다. 1년에 10만 명 가까운 사람이 여권을 교부 받으니 적어도 이 한가지 서식에만도 50만장의 서류와 사진이 요구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럴 경우 복사제도가 활용될 수만 있다면 적어도 30만∼40만장의 서식을 기록하는 노고와 사진은 절약될 수 있을 것이다. 이것도 한 예에 불과한 것이고 그밖에도 복수의 동종서식이 요구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특히 여러 부처에 관련된 민원업무일 때 그렇다. 기본적으로 민원업무에서 똑같은 서식을 여러 장 요구하는 일은 억제되어야 한다. 정 여러 장 요구가 불가피하다면 복사 본을 내도록 만 해도 국민의 불편이 상당히 줄어들지 않겠는가.
전반적으로 이러한 행정처리와 서식의 개선은 행정업무의 EDPS화를 염두에 두고 추진되어야 하겠다. 사회의 발전과 함께 최근 행정수요는 급격히 증대되고 있다. 행정업무의 전산화가 광범하게 이뤄지지 않고선 이렇게 확대 일로에 있는 행정수요를 능률적으로 감당하기란 어렵다. 통합기록 카드제의 실시가 전반적인 행정업무의 간소화·과학화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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