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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호 국정원2차장, 간첩사건 증거 조작 책임지고 사표

중앙일보

입력

 서천호(53) 국가정보원 2차장이 14일 국정원의 서울시 공무원간첩 증거조작 사건의 책임을 지고 사직했다.서 차장은 대국민 사과문을 통해 “항소심 과정에서 증거 제출과 관련해 불미스런 일이 있었던 것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중앙지검 증거조작 수사팀(팀장 윤갑근 검사장)은 국정원 대공수사국 이모(54·3급) 처장과 국정원 소속 선양총영사관 이모(48) 영사를 모해증거위조·허위공문서작성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이로써 국정원 3~4급 직원 4명과 국정원 외부 협조자 1명이 증거조작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주한 중국대사관이 지난 2월 14일 “검찰이 제출한 중국 공문은 모두 위조됐다”고 밝힌 지 두 달 만이다.

이 처장은 지난해 9월 이후 권모(51·4급·선양총영사관 부총영사) 과장, 김모(48·일명 김사장) 과장에게서 간첩 피의자 유우성(34·중국명 류자강)씨의 항소심 증거 위조방법 등을 보고받은 뒤 이를 승인하고, 소요 경비를 결제한 혐의다.자살을 시도해 치료중인 권 과장은 시한부 기소중지했다. 검찰은 이들이 지난해 8월 유씨의 1심 무죄선고 이후 김모(61·구속기소)씨 등 중국내 협조자들과 공모해 유씨가 2006년 5월 말 입북해 간첩교육을 받고온 것처럼 허룽시 공안국 명의 출입국기록 등을 위조했다고 결론내렸다.그러나 남재준 국정원장과 이모(1급) 수사국장, 최모(2급) 부국장 등 국정원 지휘라인은 "지시 또는 개입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수사결과 발표 직후 "법원에 위조증거가 제출돼 사법절차에 대한 혼선과 불신을 초래한 데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공판검사들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다.

다음은 대국민 사과문 전문.

<대국민 사과문>

그동안 대공수사팀에서 국가안보를 위해 간첩수사에 최선을 다했으나, 항소심 과정에서 증거제출과 관련해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던 것을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실무진에서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진행한 사안이지만, 지휘책임을 진 사람으로서 무한한 책임을 느끼며,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 저는 오늘 모든 책임을 지고 사직서를 제출했습니다.

그러나 이 엄중한 시기에 국정원이 흔들려서는 결코 안 된다는 것을 국민 여러분께서도 깊이 해량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는 국정원을 떠나지만, 남은 직원들과 국정원은 이 중차대한 시기에 더 이상 흔들림 없이 국민의 안위를 지키는 일에 최선을 다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마지 않습니다.

2014. 4. 14 국정원 2차장 서천호

정효식·노진호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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