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 성장으로의 궤도수정|76년도 일본 경제백서에 비친 방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동경=김경철 특파원】일본 경제기획 청은 76년도 연차경제보고(경제백서)를 발표했다.『새로운 발전에의 기초확립』이란 부제가 나타내는 바와 같이 76년 경제백서는 일본경제가 지난 2년 동안의 극심한 곤란을 거울삼아 이제까지의 타성적인 고도성장에서 안정성장으로 궤도수정을 할 단계가 되었다고 지적했다. 76년 경제백서의 내용을 요약한다.
30년 대공황이래 가장 심각했던 세계불황도 미국의 주도로 완연한 회복국면에 접어들었다. 미국은 수출입 의존도가 낮고 석유「쇼크」로 인한「디플레」효과가 적기 때문에 선진공업국 중 가장 먼저 불황에서 탈출할 수 있었으며 그 뒤를 서독 일본「프랑스」가 따르고 있다.
일본은 과거「패턴」보다는 회복속도가 늦지만 수출을 주도로 착실한 회복추세를 보이고 있다.
OECD 전체의 광공업생산은 73년 10∼12월에「피크」에 달한 다음 연율 8·5%로 급락, 75년 4∼6월엔 가장 바닥으로 떨어졌다.
세계 각국은「인플레」에 대한 우려 때문에 총수요 억제책을 강화했고 이것이 불황을 더욱 심화시켰다.
그러나 75년 중간부터 석유 가의 폭등「쇼크」가 점차 완화되고 또 주요 각국이 경기 확대 책을 쓰기 시작하여 경기회복의 기틀이 마련되고 이 추세가 금년 들어 가속화된 것이다. 석유가 폭등에 따른「디플레」효과와 세계무역의 축소 때문에 각국의 경기회복「템포」는 각기 달랐는데 석유를 근 90% 자급하고 있고 또 광대한 국내시장을 갖고 있는 미국이 가장 빨리 경기회복을 할 수 있었다.
미국은 GNP(국민총생산)는 75년 4∼6월에 6분기만에「플러스」로 되었는데 이는 재고조정이 끝나고 개인소비지출이 증가됐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기회복은 수입확대를 초래하여 수출비중이 높은 일본·서독 등 이 바로 회복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다. 특히 일본은 종래「패턴」과는 달리 국내 최종수요와 민간설비투자가 약한 상황 아래서 경기회복이 진행된다는 것은 수출증가에 크게 힘입었기 때문이다.
일본경제는 경기회복 과정에서도 물가압력은 계속 높다. 또 일본기업의 대부분이 저 수익에 고전하고 있다. 일본기업의 저 수익은 제품가격이 저위에 머물러 있는 데다 조업도가 낮은데 기인된다.
일본은 여러 가지 여건으로 보아 과거와 같은 고도성장을 도저히 이룩할 수 없다. 고도성장을 안정성장으로 궤도 수정함에 따라 기업도 구조적인 체질전환이 필요하다. 즉「인플레」수익을 겨냥하지 않는 건전한 기업경영이 필요하며 경제변동에 견딜 수 있는 자기축적 력의 강화가 요청된다.
세계경기의 확대 없이 일본경기의 순조로운 확대를 기대할 수는 없다. 일본경제의 동향이 다른 나라에도 큰 영향을 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자유세계의 경제는 같은 배에 탄 셈인 것이다. 때문에 일본은 무역확대를 통해 세계 무역에 기여하고 또 더 나아가 상호의 공동번영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국제협조의 강화는 다른 무엇보다도 절실히 요청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