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얼룩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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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아프리카」초원 태생인 얼룩말은 한국의 낯선 여름을 잘 넘기고 있다. 얼룩말은 그들끼리 군서 생활을 할 뿐 아니라 코끼리·기린·「에런드」등 다른 동물들과도 서로 의지하며 집단생활을 한다. 한국엔 창경원에 1마리, 용인 자연농원에 3마리가 있다. 용인의 3마리는 1천5백여 평의 초원에「야꾸시마」산양·타조 등 5종의 초식동물과 이웃해 사이좋게 물놀이를 하는 등 뛰놀고 있다.
얼룩말은 사자가 노리는 가장 좋은 먹이의 하나. 사자가 습격하면 얼룩말은 한 가운데 새끼를 둘러싸고 원 진을 친 채 뒷발길로 대항한다. 얼룩말의 가장 큰 무기는 시속 64km의 주력.『히잉…히잉』하는「리더」의 경보에 따라 질주를 시작하면 기린·영양들도 무리를 따라 함께 뛴다.
1천5백여 평의 초원엔 항상 맑은 물이 흘러 넘치는 옹달샘이 있다. 얼룩말은 종일 발목을 물 속에 담그고 있다가 때로 수 욕을 즐기는가 하면 또 초원에 뒹굴며 사욕을 하면서 더위를 잊고 있다.
얼룩말은 부끄러움을 잘 타는 수줍은 동물이지만 신경질이 심해 사육사가 조금만 소홀히 하면 초원을 난폭하게 뛰어다녀 관심을 끌게 한다.
한동안 뛰다 지치면 애꿎은 물에 화풀이하듯 물배를 채우는데 아직은 사고가 없으니 다행이다. 얼룩말은 여름에 항상 여러 종류의 장내 기생충에 시달리고 있는데 또 이 기생충이 없으면 소화기능이 온전하게 이뤄지지 않아 사육 사들은 잊지 않고 구충약을 먹이는 등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얼룩말에 대해 재미있는 얘기가 있다. 백인 등「유럽」사람들은 얼룩말이 원래 흰 동물인데 검은 줄이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반해「아프리카」흑인들은 검은 동물인데 흰무늬가 있는 것이라고 고집.
글쎄, 누구의 얘기가 옮은 지 창조주만이 알 일이다.
우영제<용인 자연농원 동물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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