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동맹회의 냉담에 자극 제출 앞당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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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해설>당초 외무부는 북괴 측 결의안의 제출 시기를 비동맹 정상 회의 직후로 예측했었다.
북괴가 회의의 친 북괴 분위기를 고조시켜 이를 「유엔」으로 몰아갈 것으로 보았던 것이다.
북괴 측이 「유엔」 결의안 제출을 다소 재촉한 것은 우선 선 제출에 따른 선 표결권의 확보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공산 측 결의안을 먼저 통과시킨 후 서방 안 토의를 봉쇄할 수 있는 전술 가능성을 생각한 것 같다.
제출 시기가 앞당겨진 또 한가지 이유론 「유엔」 전초전으로 생각한 비동맹 회의의 분위기가 북괴에 대해 냉담, 지지국 이탈에 앞서 한국 문제를 「유엔」에 끌어들여 놓자는 속셈으로 분석되고 있다.
작년 「유엔」 총회를 최초로 통과한 공산 결의안은 ①「유엔」사 해체 및 「유엔」 깃발아래의 외군 철수 ②휴전 협정의 대미 평화 협정 대치 ③남북 공동 성명 준수 및 군비 증강 중지에 따른 상호 감군 등 3개항이었다.
이 가운데 「상호 감군」이 삭제됐고 휴전 협정의 「대미」 평화 협정 대치가 단순히 『휴전 협정의 평화 협정』으로 막연해졌다. 이점은 북괴 측 결의안이 예상외로 온건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4개항으로 된 이번 결의안은 3가지의 새로운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첫 항의 △외국의 군사 개입 및 「침략」 중지 △핵무기를 포함한 신형 무기와 군 장비 즉각 철수 △한국 내에서의 새로운 전쟁 위험 증가 행위 종식, 둘째 항의 한국 내정 간섭 및 통일을 저해하는「2개의 한국」 획책 저지 등의 새로운 내용과 넷째 항의 『미군』을 적시한 『미군사령부』 해체 요구 등이다.
이 같은 신 항목은 「콜롬보」 비동맹 정상 회담이 채택할 「정치 선언」에 대해 북괴가 수정안으로 포함시키려고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내용 바로 그것이다. 다시 말해 북괴는 이 같은 수정안 노력에 대해 친한적인 대응 수정안이 나오는 등 그들 노력이 예상 밖의 냉대를 받게되자 「유엔」 결의안에 기정 사실화시켜 비동맹의 친 북괴 분위기 유도까지 계산에 넣은 것으로 보인다.
「한국 문제 토의 지양」을 기본 정책으로 삼은 우리 정부로서는 서방 안 제출이 불가피해졌다. 「유엔」의 한국 문제 토의가 비생산적임은 사실이나 「유엔」이란 국제 무대를 북괴에 독점시킬 순 없기 때문이다.
외무부는 「유엔」 총회의 보충 의제 마감인 8월23일 안에 서방 안 제출을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 결의안은 ①한국 문제 해결을 위한 직접 당사자간의 대화 및 합의 요구 ②휴전 당사자 회의 촉구 ③제3국 및 국제 기구의 한국 문제 토의 지양 등을 내용으로 간단 명료하게 작성될 것 같다.
서방 안의 제출로 일단 「대립」은 예상되나 「대립」이 반드시 「표 대결」과 같은 뜻은 아님을 관계자는 강조한다.
운영위→정치위→총회에 이르는 절차 가운데 ▲서방측과 공산 측의 의제를 통합(Grouping)▲비생산적인 토의에 따른 「유엔」 권위 실추 등을 이유로 한 토의 연기 ▲양측 결의안을 한데 묶은 단일 성명 채택 등 「표 대결」 회피 방안이 있을 수 있다. <한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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