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시장은 침체 중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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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증권시장의 「침체」를 보는 눈들이 서로 달라 평가와 의견이 구구하다. 보는 눈이 다른 것은 서로 이해와 입장이 다른 때문이지만, 궁극적인 판단은 경제 전체의 장기적 안목에서 내려져야 한다.
증권시장 관계자들이나 업계로서는 증시가 언제까지나 활황을 유지하는 상태가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 증시의 역사가 일천한데 비하면 연초 이래의 증권 열기는 최초의 본격 「붐」으로서 소중한 경험이 될 수 있을 법도 했다. 그런 눈에서 보면 한달째 주가가 거듭 떨어지고 거래조차 시들해지는 오늘의 시황을 크게 우려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런 관점에서는 그 동안 참을성 있는 노력과 꾸준한 기반 조성으로 이제 겨우 본 궤도에 올려놓은 증시의 운영을 섣부른 규제로 다시 원점으로 되돌려놓는 어리석음은 없어야한다는 주장이 그런대로 설득력을 갖고 있다. 짧은 역사와 그간의 성과를 비교할 때 일단 수긍이 간다.
또한 관점을 투자자 보호라는 각도로 바꾸어보면, 지금 사정은 역시 심각한 문제를 야기 시킬 수도 있다. 대규모의 주식 공개와 발맞추어 발행·유통 시장을 통틀어서 방대한 민간자금이 유입된 것은 하나의 큰 전환이었다. 이런 전환은 우선 제도의 뒷받침에서 비롯되었지만, 주식 투자의 인식이 크게 달라진 결과로도 볼 수 있다. 주식은 이제 가계의 재산 증식 투자로서도 손색이 없게된 것이다.
새로운 투자가들이 대거 증시에 참여하게 된 것은 일단 증시 발전에 유익한 변화였다. 따라서 지금 같은 침체가 오래가면 모처럼 참여한 민간 투자가들이 피해를 보고 결국은 유자가 증시를 빠져 나갈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의 침체가 반드시 이 같은 최악의 사태로 이어질 만큼 심각한 국면인지를 판단하려면 몇가지 요인이 더 고려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상반기중의 증시 활황 기조를 언제까지 정상적인 것으로 끌고 갈 수 있겠는가를 생각해야된다. 주식 공개를 위해 정책적으로 과장시킨 갖가지 투자 유인들은 그 기본 성격에서 장기화시킬 수는 없는 것들이다. 갖가지 「루머」와 관리 당국의 의도적인 방조로 이미 지난해 연말부터 주가는 이상 등귀를 나타낸 바 있다.
상장 기업의 경영 내용을 보나 증시 거래 규모로 보나, 이 같은 고율 시세는 비정상적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비록 의도적인 과장이었다 해도 이런 비정상은 오래 지속할 수 없는 일이다. 당장 눈앞의 목표는 이루어진다 해도 결국은 장기적인 발전을 저해할 것이다. 장기적인 발전은 증시가 투기적 시장에서 수익성 투자 시장으로 탈바꿈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 증시가 투기적으로 시종하지 않고 안정적인 수익투자를 동원할 수 있기 위해서는 상반기 같은 이상 과열은 진정되어야 한다.
비록 일시적으로 투자가들에게 피해를 준다해도 더 많은 잠재 투자가들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증시가 하루빨리 정상 상태를 되찾고 이를 유지하는 일이 시급하다. 이는 곧 자본 시장의 질적 전환을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 증권 거래 관계 법령을 전면적으로 개편하고 증시 관리 체계를 크게 정비한다는 정부 방침도 이런 연관 아래서만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이런 제도적인 정비가 증시와 증권 관계자들의 질적 개선과 결부될 때 비로소 자본 시장은 본 궤도에 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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