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영기업 등살에 병드는 이 경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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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탈리아 경제는 선진국대열 가운데서 가장 말미에 붙은 낙제생이다.
무역적자는 지난3년간40억「달러」, 금년 들어4월말까지만 해도 7천80억「리라」(약10억 「달러」)에 달했고 4월중 도매물가는 전월비 5%상승이라는 국가적 파산상상에 있다.
지난 12년간의 구조적인 선업율도 3.3%로 ▲서독의 0.8% ▲불란서의 1.7% ▲영국의2.4%를 훨씬 앞지르고 있다.
황폐한 경제를 보고「이탈리아 사막」이라고 하는 정도.
이처럼 이태리가 깊은 병에 걸린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서구권에 공통된 현상이긴 하지만 특히「이탈리아」에서는 급속히 정치 색을 강하게 띄어가고 있는 노동조합의 세력이 있다.
69년 노동자의 반 합리화투쟁이후 고용주는 노동자의 해고는 물론 배치변경, 초과근무 까지도 노동조합의 동의를 받아야한다.
그래서 생산성의 향상이 어렵다는 것이나 좀더 근본 적인 병원을 따지자면 정부·은행·국유화 산업간의 공생관계에서 비롯된「이탈리아 산업조직」, 그리고 그 조직을 움직이고 있는「지하정부」의 권력 행동에 있다.
지하정부란「레지스탕스」운동 같은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지난 10여 년간 국유기업 이란 거대한 괴물을 만들어 놓고 공적권력으로 경제를 사물화 하고 있는 정치가·관료·은행가「그룹」의 금권을 일컫는다.
현재 은행의 80%가 국유화 된 채 정부의 강력한 통제 아래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관료은행」의 공생관계에 영향을 받아 기업간의 합병이 급속히 진행되고 있고 그 결과 국유화기업이 경제를 쥐고 흔드는「이탈리아」형 산업조직이 형성 된 것이다.
「이탈리아」의 기업국유화의 계기는 63년 전기사업 국유화이나 그후 ENI(탄화수소공사) , IRI(산업 부흥공사)라는 2대 국영기업을 중심으로 자금난에 허덕이는 사기업을 광범위하게 흡수해왔다.
국영기업의 폐단은 비 능률「모럴」의 저하에 있다는 통설 그대로「이탈리아」경제의 병폐는 국영기업이 지나치게 자리잡고있다는데 있다.
국영기업에서는 파업이 빈번하게 있거나 전보·편지가 한달 이상 늦는다거나 도중에서 분실되고 소포가 껍데기만 배달되는 일이 흔히 일어난다.
현대판 파발마라고나 할 사설우체국이 많은 이유도 알만하다.
한마디로「이탈리아」경제는 도덕적 위기 속에서 허덕이고 있는 것이다. 【로마=정신주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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