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브르」정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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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곤충기』로 유명한「파브르」는 원래 시인이었다. 출세나 사치스런 도시생활과는 담을 쌓고 지냈다. 그의 고향인 남불의 한 한촌에서 향토 시나 쓰며 젊은 시절을 보낸 것이다.
그는 책도 별로 읽지 못했다. 다만 그의 주위에는 풍부한 자연이 펼쳐져 있을 뿐이었다. 어느 날 그는 수목들 사이에서 푸른 하늘과 맑은 햇살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눈(안)이야 말로 모든 발견을 가능하게 하는 창이다.』「파브르」는 그후 시골 공립학교교사가 되었다. 그는 줄곧 수학과 생물학분야의 독학을 하고있었다. 기어이 그 독학의 실력으로 학사학위까지 받았다. 그 뒤 어느 시골중학교 교사생활을 하면서 곤충에 관한 논문을 읽게 되었다. 이제야말로『모든 발견의 창』인 자기 눈이 빛을 내야 할 때라고 그는 생각했다.
59세가 되던 1879년부터 무려 28년에 걸쳐 완성된『곤충기』전10권은 그 신념의 결실이기도하다. 미수(88세)에 가깝도록 그 철물, 곤충들의 세계를 관찰한 노학자의 정열엔 절로 머리가 숙여진다. 그는 92세에 세상을 떠났다. 학문에 대한, 아니 그 보잘것없는 생물들에 대한 그의 따뜻한 사랑과 열의가 그의 생명에 그처럼 오래 불꽃을 피워주었는지도 모른다.
오늘날에도 그런 학자가 있을지 궁금하다. 그것은 가난과 고독과의 끝없는 싸움 속에서 견디어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생물들에 대한 인간의 무관심은 또한 자연의 파멸을 초래하고 있다. 문명의 난폭한 발길은 지구의 모든 생물들에 위기를 안겨주고 있다. 그들은 모든 것과의 단절 속에서 소리도 없이 죽어 가고 있다.
최근 국내의 학자들은 전남 승주군의 조계산을 중심으로 자연자원율 조사한 일이 있다. 이들은 여기사는 식물·동물·곤충들 가운데서 세계적인 희귀종들도 더러 찾아냈다고 한다. 반가운 일이다. 그 희귀생보다도, 그런 종류의 생물이 우리의 자연 속 깊숙이에 남아 있다는 것은 어딘지 신선한 공기를 호흡하는 기분마저 들게 한다. 우리의 자연일부가 아직도 자연인 채로 살아있다는 증거도 된다. 자연은 누가 해치지 않는 한 적어도 자생은 할 수 있다. 이것이 자연의 섭리이다. 그러나 인간의 무관심은 이들을 흔적도 없이 시들게 만든다.
아직도 우리에겐 때묻지 않고 병들지 않은 자연이 많다. 적어도 학자들만이라도 그들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관찰의 눈을 가져 주었으면 좋겠다.「파브르」의 정신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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