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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한·일 순방 앞두고 … 일본의 두 얼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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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이달 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을 앞두고 굵직한 동북아 지역 현안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외교부는 13일 “이상덕 동북아 국장과 이하라 준이치(伊原純一)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이 16일 서울에서 만나 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협의한다”고 밝혔다. 또 “한·일 외교당국 간 실무급에서부터 국장급·차관급에 이르기까지 각급에서의 협의를 활성화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위안부 피해 문제 해결만을 주제로 외교 당국 간 공식 협의가 이뤄지는 것은 1991년 문제가 제기된 이후 처음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피해 할머니들이 생존해 계시는 동안에 그분들이 납득할 만한 해결방안을 찾는 데 외교적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흐름과는 별개로 일본은 ‘도발적 행태’를 계속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의 신도 요시타카(新藤義孝·사진) 총무상이 지난 12일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극우파인 신도 총무상은 2011년 한국의 독도 영유에 항의, 울릉도를 방문하려다 김포공항에서 쫓겨났던 인물이다. 그의 외조부는 제2차 세계대전 때 이오지마 전투에서 수비대를 지휘했던 구리바야시 다다미치(栗林忠道) 육군 대장이다.

 일본 언론들은 “야스쿠니의 춘계 대제는 21~23일이지만 23~25일 오바마 대통령의 방일이 예정돼 있어 외교문제화를 피하기 위해 참배 시기를 앞당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각료들이 진주만 공격을 주도한 전범들도 묻혀 있는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데 대해선 미국도 대놓고 불편한 심기를 표시해왔다. 그런 만큼 일본의 거듭되는 도발 행위가 한국엔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미국은 당초 한·일 사이에서 중재자(mediator) 역할을 하진 않겠다고 천명했었다. 하지만 양국 간 갈등이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자 헤이그 한·미·일 3국정상 회담을 계기로 적극 개입하게 됐다. 외교부 관계자는 “일본이 대놓고 계속 한국을 자극하는 것은 미국의 이런 노력을 배려치 않은 조치로 해석될 소지가 다분하다”고 분석했다. 반면 정부는 일본의 도발과 상관 없이 예정대로 위안부 문제 국장급 협의를 개최함으로써 오바마 대통령 방한 전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했다는 명분을 확보하게 됐다.

 ◆오바마, 방한 선물은 국새 반환?=오바마 대통령의 선물 보따리도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복수의 워싱턴 외교소식통들은 “미국에 있는 대한제국 국새와 조선시대 어보(禦寶, 왕실의 권위를 상징하는 도장) 등의 반환과 관련해 미 정부 측과 활발하게 논의하고 있다”며 “좋은 소식이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에는 대한제국 국새인 ‘황제지보’와 조선시대 ‘선종어보’ ‘문정왕후 어보’ 등 국새 11점이 보관돼 있다.

 ◆미·중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한·미, 미·일 정상회담에 앞서 6자회담 재개 논의가 본격화할 수 있는 분위기도 갖춰지고 있다. 미 국무부는 중국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14일(현지시간) 미국을 방문해 뉴욕과 워싱턴에서 글린 데이비스 대북정책특보를 만난다고 밝혔다. 워싱턴·도쿄=박승희·서승욱 특파원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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