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밤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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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남편이 일찍 집에 들아와 주기를 바라는 것은 모든 주부들의 한결같은 마음일게다. 오늘저녁 아빠가 돌아오실 시간이 되었는데도 아직 대문소리가 나지않는다. 무슨일이 있나하는 불길한 예감이 스친다.
이때 밖에서 .누구인가 부르는 소리가 났다. 집 가까이 살고있는 고모댁에서 사람이 왔다.공장에 바쁜일이 있어 오늘은 못들어 오신다는 전화가 왔다고한다.
결혼후 처음있는 일이다. 그순간 아빠를 의심하는 마음이 앞섰다. 가족이라고는 아가와 아빠, 나 세식구 뿐인데 그나마 같이 있는 시간은 적다. 아빠의 음성을 내 귀로 확인을 해야만 믿어질것 같다. 그래야만 잠을 이룰수 있을것 같았다.
전화를 걸었다. 아빠의 음성은 몹시 피로하신것 같다. 역시 일손이 바빠 집에 못들어 가게되었다고 말씀하셨다. 문단속 잘하고 아가 울지않도록 편히 재우라는 말씀이다. 처음에는 미운생각이 앞섰지만 아빠가 우리째문에 고생하시는가를 생각하니 측은하기도 하다.
『내일은 일찍 들어갈게』 아무런 걱정 말라는 아빠의 말씀. 힘없이 수화기를 내려놓고 돌아오며 잠시나마 나는 고생하시는 아빠를 의심했던 것이 죄스러웠다.
조금만 참을성이 있었다면 웃음으로 넘길 수 있었을텐데….
아내라는 나는 아빠를 위해 무엇을 내조하고 있었을까.
남에게 뒤지지 않게 살아보겠다고 노력하는 아빠를 도와 참된 아내로 탈바꿈해야겠다고 생각해 본다.
박만순<주부·서울 영등포구 도림1동 152의112호· 강주환씨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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