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굴로 훼손된 신라 도요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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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월성=임수홍 기자】우리나라 상고시대 회유(灰 =목회나 석회를 이용해 만든 잿물)토기 가마터로는 유일한 신라 회유도요지(陶窯址·사적 제241호·경북 월성군 천배면 화산3리927)가 도굴꾼들에 의해 마구 파헤쳐져 발견당시의 옹기굴과 가마의 벽이 허물어지는 등 그 원형이 훼손되고 매장토기도 거의 도굴됐음이 4일 밝혀졌다.
이 도요지는 74년 2월 가마터밭 주인인 김용환씨(43)가 발견한 것을 문화재관리국이 답사하여 현장을 확인, 8∼9세기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신라의 회유인화문토기병·유기합·고배 등 1백13점의 유물을 발굴하고 중요사적지로 지정했던 것.
도요지 인근주민들의 말에 의하면 그동안 문화재관리국 직원 또는 학술조사원을 사칭하는 호리꾼 및 학생, 심지어는 엿장수까지도 요지를 마구 파헤치고 토기들을 도굴해 갔다는 것.
이 같은 신라의회유도 요지의 수난은 사적지정만 해놓고 전혀 방치해버린 당국의 관리소홀 때문으로 지적되고 있다. 당국은 그동안 밭 소유자인 김씨에게 관리를 해놓고 현장관리상태를 한번도 점검한 일이 없다.
『한푼의 관리비도 받은 일이 없다』는 밭주인 김씨는 현재 5천여평의 도요지자리 밭에 콩을 심어놓고 있다.
정재훈 문화재관리국 1과장은 『사유지의 문화재는 원칙적으로 개인에게 관리의무가 있고 특별한 경우에만 국고보조를 하도록 돼 있다』고 밝히고 월성 도요지의 도굴 파손문제는 사실을 확인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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