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연재칼럼 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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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중앙일보」 연재「칼럼」인 『분수대』가 단행본으로 제5집째 간행되었다. 그러니까 이번 것은 75년도의 것에 해당된다. 중앙일보가 개발한 것으로 보이는 이 독특한 장치는 서평자가 보기엔 다음 두가지 점에서 인상적이었다. 그 하나는 이 「칼럼」이 1면 우측 중앙이라는 상당히 중요한 자리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이 강력한 의도적 고려는 아마도 다음 두번째 중요성과 연결될 것이다. 즉 그만큼 이「칼럼」이 어떤 질적 우수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판단되어졌기 때문이다.
신문「칼럼」의 우수성이란 무엇인가. 아마도 이 질문에는 여러가지 측면의 전문적 답변이 요청된다. 그 중의 하나로 보다 적절한 정보량의 제공과 생활 속에서의 그 조정이다. 현대생활에서 막대한 정보량이 요청된다는 것은 새삼 지적할 것이 못된다. 그러나 이 정보량이 단순한 지식으로 제시된다면 그것은 한갓된 잡학이 되기 쉽다. 요컨대 어떤 정보량이 그때 그때의 현실적 문제를 판단하고 평가하는 것에 직결되어져야 한다.
이 점에서 『분수대』는 매우 적절해 보인다.
그러나 이 「칼럼」의 참신성은 서평자가 보기엔 정보량의 제공과 그 적절성에만 있지 않다. 그렇다면야 그날그날 이미 지나간 것을 새삼 묶어 단행본으로 낼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단행본으로 매년 내놓는 이유가 무엇인가. 서평자가 논해보고자 하는 점이 바로 이것이다.
즉 그것은 이「칼럼」이 안고있는 문체의 힘이다. 흔히 산문은 논리로 지탱된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 논리의 밑바닥에 놓인 문체의 공간의 폭이 좁으면 지속적인 사고의 유연성과 흥미를 유발시키지 못한다. 이런 관점에서 볼때 이 단행본의 문체는 유력하다. 그것은 문체의 속도에서 연유되고 있다. 탁탁 끊어지면서도 사고의 공간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시기상 현재형 고수가 불가피하리라. 이 사실은 끝에 분류된 「문화단상」항목에서 가장 잘 볼 수 있다. <김윤식(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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