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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월 전 비슷한 사건엔 8년형 … 법의 한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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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피고인 임○○(36·계모)는 TV를 보다 시끄럽다는 이유로 의붓딸 A양(당시 8세)의 배를 발로 여러 차례 밟았다. 그날 밤 A양이 배가 아프다고 하자 거짓말을 한다며 또 배를 때렸다. 결국 A양은 내부 출혈로 인한 염증이 생겨 이틀 뒤 병원으로 옮기던 중 숨졌다.”

 재판부가 받아들인 경북 칠곡군 의붓딸 치사 사건의 전모다. 11일 이 사건 1심 선고를 한 대구지법 제11형사부(부장 김성엽)는 계모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그가 의붓딸의 배를 여러 차례 때렸다는 점을 인정했다. 근거는 사망한 A양 언니 B양(12)의 증언이었다. 당초 B양은 자신이 동생과 다투다 발로 찼다고 진술했으나 나중에 “계모가 때렸다”고 번복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B양이) 피고인들(계모와 친아버지)에게 1년 이상 학대와 감독을 받아오다가 그런 상황에서 벗어난 뒤 스스로의 의사에 따라 법정에 나와서 한 증언이 그 이전에 한 다른 어떤 진술보다 훨씬 신빙성이 있다”고 밝혔다. “자신이 때렸다”는 진술은 계모·친아버지와 함께 사는 억눌린 상황에서, “계모가 때렸다”는 증언은 나중에 이들과 떨어져 보호시설에 거주하면서 한 증언임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재판부는 또 판결문에 “(의붓딸이 사망해 수사가 시작되자)계모 임씨는 언니 B양에게 ‘평소 네가 동생과 많이 싸웠으니 네가 때린 것으로 하자’고 했다.…(중략)…죄책감을 느끼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조금이라도 일찍 치료받았다면 사망에 이르지 않았을 가능성이 매우 많았는데 (친아버지는)치료 의무를 어겼다”고 적었다.

 재판부는 이런 점을 종합해 계모에게 상해치사죄를 적용,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지난해 11월 서울서부지법은 역시 8세 의붓딸을 때려 사망케 한 계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한 것보다 강한 판결이다. 정희권(50) 변호사는 “10년도 아동학대에 대해 경각심을 줄 수 있는 형량으로는 부족하다”며 “더 엄하게 처벌할 수 있도록 법체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A양을 사망에 이르게 한 폭행에 직접 가담하지 않은 친부에겐 아동학대죄로 징역 3년을 내렸다.

 계모 임씨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했던 검찰은 선고 형량이 낮다며 항소하기로 했다. 항소심에서 상해치사 대신 살인 혐의를 적용할지에 대해서는 “결정된 바 없다”고 했다. 검찰은 또 계모가 언니 B양을 세탁기에 넣고 돌렸다는 것과, A양이 사망에 이르는 모습을 친부가 동영상 촬영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

 1심 재판장 김성엽(51) 판사는 대구 출신으로 1987년 서울대 법대를 나왔다. 1994년부터 계속 대구지법에서 일했다. 지난달에는 다른 폭력조직과 싸움을 하려 한 혐의로 대구 동성로파 조직원 12명에 대해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당시 “실제 싸움이 벌어진 것이 아닌데도 무거운 형벌을 내렸다”는 평을 받았다.

대구=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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