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미국 어린이들은 유명인을 영웅시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가수 「엘튼·존」, 미식축구 선수「O·J·심프슨」, 달 탐험가 「닐·암스트롱」, 배우 「존·웨인」, 「테니스」선수 「크리스·에버트」. 최근 미국 국민학교 5학년부터 고등학생들이 현재의 영웅으로 손꼽은 인물들이다.
이들 인물들은 이제까지 영웅이라면 항상 지목되기 마련인 정치가·장군이 아니라는 점에서 불과 30년 전의 소년들이 꼽았던 영웅과는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시대적 상황의 탓도 있겠지만 1,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에는 「루스벨트」 등 대통령과 「아이젠하워」·「맥아더」 등 장군이 가장 존경받는 인물이자 영웅이었다.
그러나 최근 미 여성지 「레이디즈·홈·저널」지의 조사결과는 운동선수·배우·「쇼」의 사회자 등이 대중영웅으로 등장, 1위부터 8위까지를 모두 차지. 「헨리·키신저」는 겨우 9위를 「마크」하고 있을 뿐이다. 「포드」대통령은 13위로 여우 「캐더린·헵번」다음이고 「닉슨」전 대통령은 33위로 정치가의 대부분이 현대의 영웅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정신과 의사인 「마리오·랜든」박사(「뉴요크」시「벨뷰」병원)는 『최근의 청소년들은 영웅을 「슈퍼마키트」에서 「쇼핑」하듯 자기와 동일시하기도 하고 싫증나면 바꾸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옛날의 영웅이 「나폴레옹」처럼 개인의 성패에 따른 것이었다면 현대의 영웅은 공동체의 한 상징이라는데 뜻이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랜든」박사는 「심프슨」과 그에게 협조했던 다른 축구선수들, 「암스트롱」이 달을 정복하는데 필요했던 미 우주과학자 「팀」, 「키신저」가 외교솜씨를 발휘하도록 해준 국무성의 관리들이 실질적인 영웅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수년동안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영웅 상을 조사한 이상회 교수(신문방송학·연대)는 미국사회의 자유분방함을 생각해볼 때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 국민학생들은 전통적으로 교과서를 통해 옛날의 충신과 효자, 현대에 와서도 목숨을 바친 의열사들이 영웅의 전형으로 교육되기 때문에 미국과 같은 대중영웅은 탄생되기 힘들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