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진적 수입자유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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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 15년간 추진되어온 우리 나라 경제개발의 성과는 주로 수출 「드라이브」정책의 성공에 힘입은 바가 절대적이었다. 그리고 오는 77년부터 집행될 4차 계획도 그 기본적인 전략 면에서는 바로 이 같은 성과에 고무되어 지금까지의 세 차례에 걸친 계획과 큰 차이가 없다.
그러므로 4차 계획의 성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역시 국제수지계획이라 하겠으며, 때문에 4차 계획 기간중의 국제수지대책은 가장 정밀하고 실현가능성이 높은 것이 되어야할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 경제정책협의회는 28일 비교적 다각적인 논의를 전개한 듯 보이나, 여전히 설득력이 강한 새 제안을 내놓지는 못하고있다.
우선 수입정책에 대해서 수입의 직접규제를 철폐한다는 원칙아래, 점진적으로 이를 자유화한다는 취지는 좋으나, 그것이 실현되기 위한 조건에 대해서는 깊은 검토가 뒷받침되었다는 흔적이 없다. 수입과 수출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며, 특히 수입의 경직도가 계속 높아지고 있는 추세를 고려한다면, 통제완화의 가능성은 오히려 축소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원유·양곡·수출용 원자재 수입 등의 수요가 수입정책의 탄력화를 저지하는 요인이라면, 수입자유화는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즉 GNP성장과 더불어 자유외환 보유고가 비례이상으로 증가해서 소비재 수입을 개방할 수 있거나, 아니면 경직적인 수입수요를 완화시킬 국산대체가 이루어지도록 산업정책이 이를 뒷받침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수입수요의 장기적 결정요인으로서 산업구조와 투자구조를 어떻게 평가하고 조정해 나갈 것이냐 하는 근본문제가 잘 정리되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서 산업용 기계와 그에 부합되는 원료의 공급문제부터 다시 한번 충분히 검토한 연후에 수입정책을 논의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다음으로 수출 「드라이브」정책을 정상수출관계로 발전시키기 위한 구체적 정책수단의 개발이 아쉽다고 아니할 수 없다.
지금까지는 저임금을 수출증가의 최대무기로 활용해 왔던 것이나 그 효과가 4차 계획기간 중에도 종래와 같을 것으로 기대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저임금을 전제로 하는 수출 「드라이브」정책에 대해서는 이제 근본적인 점검이 불가피하게 되고있음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또 수출시장의 다변화문제와 관련하여 미일 의존도를 76년의 56%에서 81년에 54%로, 2%밖에 인하되지 않는다는 전망도 문제점이다. 우리의 국내경기가 안정도를 높이려면 그 수준은 30%이하가 바람직한 것이며, 형식적인 다변화가 아니라 실질적인 다변화가 꼭 이루어져야 하겠다는 것이다.
한편, 수출촉진을 지원하는 체제로서 환율의 유동화와 각종 지원방식의 유지를 주장하는 것도 재고해야 할 것 같다.
원칙적으로 말한다면 환율기능을 강화하는 대신, 각종 지원은 줄여 나가는 것이 옳은 것이므로, 무역규모의 확대와 더불어 각종 보조 성격의 지원은 이를 되도록 줄이는 노력이 계속되어야 마땅하다.
끝으로, 그러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대외부채 관리의 합리화라 하지 않을 수 없다. 4차 계획이 비록 경상외환수입에 대한 원리금 부담률을 낮추도록 짜여 있지만, 부채규모는 크게 늘어나는 것이므로 국제수지계획에 차질이 생기는 경우, 부채관리의 중요성이 매우 커진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더우기 투자재원의 88%를 내자로 조달한다는 사실은 투자시설을 88%만큼 국산으로 공급한다는 뜻은 아닐 것이므로 이 부문에 차질이 있으면 국제수지계획 전체에 큰 교란요인이 생길 수 있음을 유의해야할 것이다.
요컨대, 국제수지대책은 가장 중요한 계획부문이면서도 가장 불확실 요인이 많은 부문이므로 그만큼 예측할 수 없는 사태에 대한 유형적인 정책선택안이 다각적으로 마련되어야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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