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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사정 보좌관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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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그늘 속의 현대판 암행어사>
『사정이 안 통하는 곳이 청와대 사정보좌관실이다』-.
올해 7월로 창설 5주년을 맞는 청와대 사정담당 특별보좌관실은 서정쇄신을 국민정신혁명으로 유도, 발전시켜 나가라는 박정희 대통령의 뜻을 「짚고」 이를 행동으로 옮기는 「조용한 기관」으로 알려지게 됐다.
아직도 어떤 일을, 어떻게 해 나가는지 많은 부분이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손을 댔다하면 안 가려지는 것이 없는 곳』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활동 윤곽만은 드러나 있다.
대통령비서실에 사정담당 특별보좌관제가 신설된 것은 지난 71년7월.
대통령선거가 끝난 직후인 당시 이 기구 신설을 발표하면서 청와대 대변인은 『서정쇄신에 관한 광범위한 사항을 확인, 파악하는 직능을 전담해 앞으로 각 부처·국영기업체·금융기관들이 정부의 서정쇄신에 따라 자체정화를 올바로 수행하는지의 여부를 항상 확인, 파악하는 직책을 수행할 것』이라고 사정직무에 대한 부연설명을 했다. 그러니까 애당초부터 서정쇄신의 추진상황을 확인, 파악하기 위해 설치됐다.
이런 목표 밑에 출범한 「사정」에서는 5년 동안 다른 기관에서 손대기 힘든 비위사실과 고위층에 대한 부조리를 밝혀내는데 힘을 쏟아 큰 성과를 올린 것이 사실이다. 그것은 사정보좌관들이 감사와 수사의 기능을 행사할 수 있었다는 특성 이외에 대통령의 뜻을 받든다는 간섭받을 수 없는 힘을 가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부정을 드러내는데 있어 「사정」은 항상 당면시책을 염두에 두고 움직여왔다.
그래서 당면시책에 따라 부정을 적발하는 「모델·타기트」가 결정돼 온 것 같다.
지난번 대동공업사건 같은 것은 정부의 물가안정 시책에 따른 원가계산을 정확히 알아보기 위해서 조사가 착수됐고 작년에 있었던 은행원들의 직무수당 조정문제는 정부의 공무원봉급 평준화시책의 일환으로 이뤄졌었다는 후문.「사정」의 조사대장은 정부기관·국영기업체 등은 물론 고위·유력인사 등에게도 손이 뻗치는 것이 상례. 조사에 나서면 이조 때 암행어사들이 갖고 다니던 마패와 같은 대통령발행의 증명서도 내놓는다는 얘기. 어쩌면 이 증명서를 내놓고 조사·연행도 할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사정의 조사는 시책에 의한 대상결정 이외에 정보·투서·진정에 의한 것 등 다양하다.
대체로 조사는 그 대상을 나누어 특명사항으로 처리한다는 것. 너무도 보안이 철저히 되기 때문에 누가 어떤 일을 맡았는지 알 필요도 없거니와 묻지도 않는 것이 「사정」내에서 「불문율」로 되어 있는 것 같다.
「사정」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는 청와대 비서실 안에서조차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어쨌든 절대 소리 없이 일에 착수하고 소리 없이 끝내는게 「사정」의 수사방침이 돼 있다.
조사가 끝나도 사건이나 정책의 문제점은 「비」로 묻혀지며 검찰에 넘겨진 사건은 검찰에서 비로소 발표되기 일쑤다. 세금은 국세청·관세청 등에서 징수되고 관련공무원은 감사원을 통해 당해 부처에 통고된다.
더우기 서정쇄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작년과 올해에 들어와서는 감사원과 긴밀히 업무를 밀착시켜 어디까지가 「사정」이고 어디가 「감사원에서 했는지 분간하기 어렵게 되어있다.

<4명의 비서관과 행정실>
사정보좌진용은 신두영 특별보좌관을 머리로 김영준·김석휘·정경모·유응의 보좌관 등으로 짜여져 있다. 총무처 차관시절 도시락지참을 빼놓지 않아 「도시락차관」 이란 별명까지 들었던 신 특보는 감사원 사무총장을 거쳤기 때문에 사정활동에 「빈틈」이 없다는 평을 듣는다. 4명의 보좌역 가운데는 2명이 판·검사출신이다.
보좌관 행정실은 행정적 사무를 처리하고 정규직 인원이 상당수 있다. 긴급수사의 경우 수사관을 차출하는데 주로 치안본부 요원들이 손발이 된다. 사정에서 치안본부의 인원을 차출해 쓸 때는 차출된 수사관은 절대로 자신의 행방에 대해 누설치 말도록 못 박혀져 있다.
치안본부의 전 간부 B씨는 직속 부하직원의 함구를 꾸짖다가 면직되었다는 얘기도 있다.
97년 고 홍종철씨가 사정보좌관으로 있을 당시의 첫 진용은 보좌역에 동훈씨(당시 정무비서관) 박승규씨(당시 고대교수·현 민정수석비서관) 박현식씨(당시 육군소장으로 파견근무·전 치안본부장) 등과 이효석씨(전 문교부체육국장) 김임룡씨(중앙방송국장) 이건개씨(검사·서울시경국장·국회사무처), 그리고 하재구씨 등이었다,
동훈씨와 하재구씨는 5년만에 작년 말과 올 연초에 통일원차관과 전매청장으로 각각 승진되어 나갔으며 대통령비서실의 인원을 늘리지 않는다는 방침아래 그 자리는 지금까지 보충되지 않고 있다.

<신분조차 안 밝히며 처리>
언제부터인가 청와대사정보좌관실에서 이첩된 사건은 관계기관에서 소홀히 취급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박 대통령의 뜻을 직접 받든 일을 「사정」에서 집행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계자들은 신분조차 밝히기를 꺼리며 조심스런 행동을 하고있다. 한 실무자는 『사정보좌관실이 조용하고 정확하면서도 신속한 일 처리를 한다는 자세를 갖고 있다』고 했다. 또 일 처리를 하면서 부당한 것은 이를 강하게 꺾고 나간다.
지난해 은행원들의 직무수당 조정문제가 제기 됐을 때 「사정」에서는 일반공무원과 은행원, 그리고 국영기업체와 사기업체의 봉급수준을 색연필로 그린 「그래프」까지를 만들어 박 대통령에게 보고, 일부 은행에서의 반발을 꺾고 부당한 직무수당지출에 「메스」를 가했다는 후문이다.
당시 현금을 만지는 특수직인 은행원들의 수당을 늘려주지는 못할망정 깎는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반발하면서 한 은행고위간부는 『현금관리창구에서 무슨 사건이 나면 그 책임을 지겠느냐』고 항의해 왔다는 것.
그러나 사정에서는 『어디까지나 수당을 전부 못 주게 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외 근무를 하는 사람에게는 주지만 왜 시간외 근무도 안하는 사람이 나눠 먹기식으로 수당을 놀면서 타가는 것은 고쳐야 한다』고 설득, 결국 시정시켰다.
올해 들어서는 매월 청와대 국무회의에 서정쇄신 추진현황을 감사원·총리행정조정실「팀」과 함께 만들어 보고, 각부문의 시정점과 문제점을 척결, 제거 시켜나가는 작업에 더욱 열을 쏟고 있다.
사정보좌관실은 일반수사기관이 손대지 못하는 특수층에 대한 조사나, 또 안보적 차원에서 서정쇄신작업을 추진해 나가는 대통령의 의중을 시책으로 반영해 나가는데 있어 없어서는 안될 기관임이 5년 실적으로 입증됐다고 볼 수 있다. <양태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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