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넬리·김」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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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그것은 경기이기보다는 하나의 예술이다. 마치 어느 조각가의 영감에 의해 가장 아름다운 인체의 균형미를 빚어낸 것 같다. 「올림픽」경기 중에서 체조만큼 「카메라」의 세례를 많이 받는 경기도 없을 것이다. 승부보다도 그 순간 순간의 장면들이 모두 아름다움을 갖기 때문이다.
이번 「몬트리올·올림픽」에서의 꽃은 「코마네치」와 역시 「넬리·김」인 것 같다. 한국인계의 소련여자선수. 이제 19세의 나이로 젊음의 절정기를 맞고 있는 「넬리」는 금「메달」을 3개나 받았다.
미국 ABC 「텔리비젼」도 바로 「넬리」양에게 초점을 맞춰 방영했다고 한다. 그는 소연방 「카자프」공화국의 한촌인 「팀켄트」에 살고 있다고 한다. 아버지는 한국인, 어머니는 「러시아인」.
「카자흐」공화국엔 한국인이 8만명쯤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은 소련에 살고 있는 36만명의 한국인 가운데 일부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우즈벡」공화국에 살고 있으며, 그 수도 「타쉬켄트」의 문화계에는 한국인계가 압도적으로 많다고 한다. 시립교향악단의 상임지휘자도 한때 한국인이 차지하고 있었다. 「카자흐」공화국에서는 한국인들의 사회진출은 놀라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73년까지도 그 공화국의 재무장관은 한국인이었다. 「넬리·김」양도 그 고장에서 살고 있는 활달한 한국인의 피를 받고 태어난 것 같다. 체조경기의 경우는 우선 몸매가 뛰어나게 아름다워야 한다. 동양인은 체구의 구조상 「유럽」인에게 뒤지는 느낌이 없지 않다. 체조도 워낙 「유럽」을 중심으로 발달한 경기다. 19세기초 독일에서 개발되기 시작한 이 경기는 줄곧 「유럽」인의 독무대가 되다시피 했다.
「넬리·김은 비록 「러시아」의 피도 갖고 있긴 하지만, 사진에서의 모습을 보면 사뭇 한국인의 인상이 짙다. 미모에 하늘을 날 듯한 체구다. 소련의 「타스」통신은 그를 두고 『넓은 「카피트」위의 푸른 공(볼)』이라고 표현한 일이 있었다. 그처럼 탄력 있고 발랄하며 또 균형이 잡혀있다는 뜻이다.
흔히 세계 무대에서 보는 일이지만 한국인의 피는 어딘지 우수한 요소를 갖고 있는 것 같다. 예능에 있어서도 그렇고, 두뇌에 있어서도 결코 다른 민족에 뒤지지 않는다. 다만 이들의 추진력이 문제다. 한가지 기이한 것은 이들 개개인의 능력은 뛰어나지만 그것이 집단적인 저력으로 나타나기는 힘든 것 같다.
지금은 거의 1백만명 가까운 교포들이 세계의 곳곳에 흩어져 살고 있다. 이들 중엔 탁월한 한국인도 적지 않을 것이다. 「올림픽」에서 이루지 못한 한국의 소망을 이들에게도 기대해 봄직하다. 다만 먼 후일의 일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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