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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질은 「신경성 집단 전환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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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1면

지난달 23일부터 경북 예천, 강원 정선, 전남 나주 등 10개 지역의 중·고등학교에서 번지기 시작한 집단 괴질에 대한 현지조사를 마친 괴질 종합조사반(반장 김상협 박사·서울대의대)은 15일 보사부장관실에서 집단 괴질의 병명을 「집단전환증」(전환증·「그룹·콘버션·리액션」)이라고 발표했다.
조사반은 집단 전환증은 한 사람이 감기나 피로 등에 의해 질병에 걸려 쓰러지거나 앓을 경우 이를 간호하거나 지켜보고 있던 다른 사람들이 자기도 이 병에 걸린 듯한 모방신경증세가 작용, 같은 증세로 쓰러지는 증세라고 밝혔다.
서울대의대 김상협 박사를 비롯, 「카톨릭」의대 이승한 박사·최영길 박사, 국립보건연구원 전남호 박사, 국립정신병원 임백인 박사, 국립보건연구원 고왕진 분석4과장, 보사부 김영기 보건과장 등으로 구성된 조사반은 ▲이 증세를 보인 환자는 여자, 특히 중학교 1, 2학년의 사춘기에 접어든 여학생으로서 30%가 초경 중이었고 ▲독·극물이나 기타 약물중독에 걸린 것을 발견하지 못했고 ▲급성질환의 원인 균을 분리하지 못했고 ▲극히 일부가 편도선염·감기증세를 보였으며 ▲체질이 허약하고 정서적으로 불안정상태에 있어 감응성이 큰 것 등 공통적인 요소를 지녔었다고 말했다.
조사반은 이러한 여러 공통점에 비추어 전염병질환이 아니고 심리적인 요인으로 일어나는 집단「히스테리」나 전환반응증과 대동소이한 집단전환증임이 틀림없다고 밝혔다.
이러한 단서는 특히 강원도 고한 중(남녀공학)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 고한중에서 6㎞떨어진 사북중에서 있었던 집단 괴질 이야기를 교감선생이 교무실에서 전하면서 주의를 당부한 후 여교사가 아침조회 때 이러한 사실을 학생들에게 알리며 『아픈 사람은 나오라』고 말한 즉시 23명의 남녀학생(남9·여14)이 갑자기 팔·다리가 굳어지면서 넘어졌다는 점을 들었다.
김상협 박사는 처음에는 춤을 추는 무도병인 것으로 추측, 이 병에 걸린 학생에게 옷을 벗어보라고 말하자 팔다리가 굳었던 학생들이 즉시 팔다리가 풀어지면서 옷을 벗거나 옷깃을 여며서 무도병이 아닌 것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조사반은 또 환자들이 앓다가 집으로 돌아가면 당장 나았다가 이튿날 등교 후 같은 시간에 증세가 나타나고, 담임교사의 경우도 앓는 학생을 어루만지다가 같은 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보아 신경계통의 증세라고 말했다.
특히 사북중의 경우 동네에 서낭당을 부순 뒤 괴상한 미신이 돌다가 이 증세가 나타난 것으로 보아 미신작용도 있었으며 여러 곳으로 번지는 원인은 「매스컴」에서 과대보도 하기 때문이라고 조사반은 밝혔다.
보도된 환자 수는 10개 지구에 2백50명(남1·여2백49)이나 실제 조사로는 1백18명(남10· 여108)이라고 조사반은 밝혔다.
발병상황은 다음과 같다.
▲경북 예천여중=2학년4학급 17명. 두통·사지통·감기·일시발생에 여학생에 한하고 가족 중에는 환자 없음.(6월23일 발생)
▲강원도 정선군 사북중고교=여17명 1학년1학급. 두통·사지통·공포증·고열·사지마비. 이중 7명이 편도선염을 앓았고 1명은 간질환자였으며 맨 처음 간질환자가 발작한 후 동시에 발생했는데 이들의 대부분이 신체 허약자였음. (6월29일 발생)
▲강원도 정선군 고한중학=1학년2학급 23명(남9·여14). 두통·사지통·고열. 이중 20명이 편도선염에 걸려있었고 1명은 성격이상, 2명은 감기환자였으며 미신과 관련 있음. (7월1일 발생)
▲전남 나주여중 1∼3학년5학급 12명. 두통·사지통·사지마비·감기·설사환자였음. 수일 간격으로 발생. 월경과 유관. (7월8일 발생)
▲전북 남원 금지중학(남녀공학)=1∼3학년 5명(남1·여4). 고열·사지마비증상에 감기·설사환자였음. 3일간 발생. 농번기·시험준비 등으로 인한 권태 때문. (7월5일 발생)
▲경남 김해 경일 여중=30명. 두통·사지통 증상에 감기·설사환자. 6일간 발생.(7월6일)
▲경남 김해 대저 중학=여학생 15명. 두통·사지통에 감기·설사환자. (7월12일)
▲경남 거제 청소년직업학교=남1. 두통·사지통 증상에 의사 장「티푸스」사망. (7월12일)
▲경남 거제국민학교 및 옥포조선소주민=보도로는 국민교생 20명·주민30명이라 했으나 실제로는 단1명도 없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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