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대책은 긴 안목으로 철저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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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박정희 대통령은 12일 낮 월간경제동향보고가 끝난 뒤 경제기획원장관실에서 남덕우 부총리를 비롯한 관계장관, 이효상·백두진 의장 등 여당간부, 그리고 새마을훈장을 받은 손석주씨(44·충남 연기군 전의면 대곡부락), 이창섭씨(55·충남 부여군 은산면 합도국민교장)등과 점심을 함께 나누며 1시간30분 동안 대화를 나눴다.
이효상 당의장서리 등 여당 당직자들은 일제히 새마을 복장을 입고 나왔다.
다음은 대화내용.
▲박 대통령=(지난주 새마을연수원을 다녀온 박준규 공화당정책위의장과 남 부총리에게)교육받은 소감이 어때요.
▲박 의장=말보다 실천이 앞서야 된다는 것을 배워 말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우리 모두가 모여 얘기했습니다만 교관들과 새마을지도자들이 우리들보다 훌륭하다고 느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버스」속에서 소리 높여 새마을노래를 합창했더니 옆에 가던 「버스」속 승객들이 어리둥절 쳐다보더군요.
▲박 대통령=부끄러워하지 않고 쑥스러워하지 않으며 노래부를 수 있게 돼야 교육효과가 있는 것이지요.
▲남 부총리=새마을지도자들이 순박하게 체험에서 우러난 문제점들을 지적할 뿐 아니라 문제해결방안도 아주 실질적인 것이어서 국무회의 때의 「브리핑」보다 더 나은 것 같았습니다.
▲박 대통령=이번에는 국무위원, 국회의원, 대법원판사들이 많이 가서 시골서 온 새마을 지도자들이 놀랐을 것입니다.
(농수산부 장관에게)이제 완전 해갈이 됐어요? 아직도 마른 데는 없는지….
▲최 장관=경기도 강화군 일부만 빼놓고는 해갈이 다 됐습니다.
▲박 대통령=73년 식목일에 청와대뒷산에 가족들과 밤나무를 심었는데 지금은 가지가 쭉쭉 뻗어 크게 자랐어요. 올해에는 밤이 많이 나올 것 같은데…. 밤 수출 시장은 어떻습니까. ▲최 장관=수출시장이 있을 것 같습니다.
▲박 대통령=밤을 시장에 낼 때 농협을 통해 냅니까, 직접 팝니까.
▲이창섭씨=그때그때 유리한 방법으로 팝니다.
▲박 대통령=농협에서 그런 것을 잘해줘야 합니다. 농협은 이런 것 때문에 있는 것 아닙니까. 요즘 보면 농협은 장사에만 신경을 쓰는 것 같아요. 이익을 농민에게 돌려야한다는 생각도 해야합니다. 흉년이 들거나 농산물가격이 폭락했을 때 농협이 손해본 값을 보상해주는 반면 농민도 시장 값이 뛰었을 때 농협을 거치지 않고 시장에 내보내 파는 일이 없도록 균형 있게 운영되어야 할 것입니다.
농협은 농민들이 하면 불편하고 거추장스럽고, 어렵고 또 중간상인한데 떼 먹힐 우려들이 있는 것들을 대신 해주는, 농민을 위한「서비스」기관입니다.
(손석주씨에게) 대곡마을의 농가소득이 1백45만원이라고 했는데 l백45만원이 되면 농가의 실생활이 어느 정도가 되는 겁니까.
▲손씨=저희마을에 「텔레비젼」이 약50대가 있고 경운기는 7대 있습니다.
▲박 대통령=손 지도자는 서울대 법대를 나왔는데 학교를 다닐 때 하숙을 했는가요. 소득이 1백45만원이면 서울의 어느 수준쯤 됩니까.
▲손씨=농토를 어느 정도 가진 사람이면 오히려 농촌에서 살고 싶어들 합니다.
▲박 대통령=(김치열 내무장관에게) 울릉도를 다녀왔다지요. 내가 62년에 거기에 갔을 때는 인구가 1만8천명이었는데 지금은 2만9천명으로 1만 명이 늘었다지요.
울릉도에서 제일 급한 것은 도동의 선착장입니다. 5억원만 들이면 된다는데 내년4월까지 만들 수 있겠어요?
울릉도는 지형이 험해 자전거 길을 낼 공간도 없는 실정이죠.
만들기 쉬운 곳을 골라 연차적으로 선착장을 몇 군데 마련해줍시다. (최 장관에게) 요즘 쌀값이 오르고 있다는데 9분도 쌀이 돌아다녀 그렇지요. 9분도 쌀이 아니면 못 먹는다는 일부 사람들은 단단히 다스리시오. 7분도 쌀을 먹어봐도 어느 것이 7분도고 9분도인지 잘 모를 뿐 아니라 7분도 쌀이 건강에도 좋다는데…. 7분도 쌀을 먹자는 것이 국책인데 이것도 못 참는 사람과 어떻게 이 시대를 같이 살아가겠습니까.
도대체 9분도 쌀을 먹어야 한다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가요.
▲최 장관=9분도 쌀을 먹는 사람은 서울의 경우 불과 5%밖에 안 되는데 이들에 대한 단속을 더욱 철저히 하겠습니다. 지방도시의 경우도 정부미 방출이 수요량의 75%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박 대통령=정부에서 체화된 비료를 사면 어떤가요. 이 비료를 산림과 수종개량산지에 이용하면 좋을 텐데….
▲김정렴 비서실장=「유럽」에서는 산에 비료를 준다고 하는데 그 결과 나무성장이 10배나 빠르다고 합니다. 산에 뿌리는 것이 아니라 나무 밑에 시비를 한다고 합니다.
▲박 대통령=「골프」장 주변의 소나무들이 검푸르게 잘 자라고 있는데 이것은 비료를 주어서가 아니라 「골프」장 잔디에 준 비료를 멀리서 냄새만 맡고도 그렇게 자란거지요(웃음). (최 장관에게) 비가 왔다고 해서 방심하지 말고 내년을 위해 계속 가뭄대책을 올해부터 지시한 계획대로 잘 추진하도록 하시오.
신문을 보니 천수답이 1천 정보밖에 안 된다지요. 이번 기회에 천수답을 정확히 파악하는 한편 중요한 것은 대용작물을 무엇으로 하느냐 입니다.
(박 대통령은 손석주씨에게는 대곡마을에 도정공장을, 이창섭씨에게는 학교의 다목적회관 건립을 각각 지원해 주도록 했으며 국산 손목시계 1개씩을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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