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기상의 특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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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우리는 매년 여름을 맞이할 때마다 장마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갖게 된다.
장마는 우리의 생활과 여러모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한편 장마기의 강수량은 농사뿐만 아니라 수력발전용수·공업용수·상수도용수 등 수자원공급원으로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면 장마현상은 어떻게 해서 일어나는가?
여름철로 접어들게 되면 바다보다 육지의 온도가 높아지기 시작한다.
대륙의 고기압 세력은 점차 약해지는 반면 태평양쪽의 기압은 점차 높아진다. 이 무렵에는 대륙의 고기압이 아직도 그 형태를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륙에서 「오호츠크」해 쪽으로 이동된 고기압이 온도가 낮은 해상에서 발달되어 머물러있게 된다. 한편 태평양 쪽의 기압은 높고 대륙 또는 「오호츠크」해와 태평양 중간지대에 위치해 있는 한국부근의 기압은 낮으므로 여기에 기압골이 형성된다.
이렇게 되면 태평양쪽의 고기압으로부터 우리 나라 쪽으로 고온 다습한 공기가 불어온다. 한편 대륙 또는 「오호츠크」해 쪽의 고기압으로부터는 차고 건조한 공기 또는 차고 습한 공기가 불어오게 되어 성질이 다른 이 두 공기의 접촉면에 동서로 긴 전선대, 즉 장마전선이 형성된다.
이 전선은 태평양과 대륙 또는 「오호츠크」해 쪽의 기압이 균형을 잃지 않는 한 그대로 머뭇거리게 되므로 비가 계속 내리게 된다. 또 이 무렵에 대륙내부에서 발생된 온대성 저기압들은 모두 이 전선을 따라 동쪽으로 이동되어가게 되므로 이것이 또한 많은 비를 내리게 하는 원인이 된다. 더구나 「오호츠크」해 고기압이 발달되어 이들 저기압의 통로가 되는 우리 나라 동해 쪽으로 뻗치게 되면 저기압의 진행속도를 늦추게 되므로 그만큼 비오는 날이 길어진다.
장마기의 강수량은 지역적으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연 총 강수량의 약 20∼30%에 달한다. 건조기인 10월부터 3월까지 6개월간의 강수량과 비슷하다.
그러나 이것은 오랜 기간의 평균치이고 어느 해의 극단적인 경우를 살펴보면 심한 변화를 나타낸다. 서울의 경우 장마기인 7월의 최대 강수량(1940년의 l천3백54㎜)은 같은 달의 최소강수량(1939년88㎜)의 무려 15배 이상에 달한다.
장마로 접어들면 흐린 날이 많아져서 일조가 줄어들고 강수량과 강수일수가 많아지며 상대습도가 높아지는 것이 보통이다.
대체로 일조시간은 7월이 가장 짧고 강수일수와 강수량은 7월이 가장 많으며 상대습도는 7월이 가장 높다. 장마의 시작과 끝은 위도에 따라 약간씩 다르다. 남해의 섬 지방에서는 6월말께, 남부지방에서는 7월초께, 중부지방에서는 7월 초순 중반께 시작되어 20여일간 계속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앞서 말한 태평양의 해양성 열대고기압과 「오호츠크」해의 해양성 한대고기압, 또는 대륙의 한랭 고기압의 세력여하에 따라 매년 차이가 심하기 때문에 미리 예상하기는 힘겨운 일이라 하겠다. <김광식(중앙 관상대 기상업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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