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기도와 통회와…천주교 사제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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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사제로서 평생을 보낸다는 것은 「이신 양성」하겠다는 스스로의 굳은 언약이 없이는 불가능하겠지요.』 김유종 신부 (명동성당)는 집무실 한쪽 벽에 자필로 된 「이신 양성」의 현판을 걸어놓고 『신을 섬김으로써 성품을 기른다』는 그의 좌우명을 지켜나가고 있다.
김 신부의 설명에 의하면 사제의 일생은 기도와 통회 (뉘우침) 그리고 창조주에 대한 감사로 채워져 있다. 이중 가장 중요한 것이 기도하는 생활. 인간으로 참아내기 힘든 상황일지라도 하나님의 사제가 되기 위해서는 기도가 약한 인간의 마음에 가장 큰 힘을 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사제들의 일과는 ①아침에 기상과 함께 잠시의 묵상, 그리고 새벽 「미사」 집전 ②점심 식사 전 30분 정도의 묵상 ③오후 4시 전후를 통해 드리는 저녁 「미사」 ④취침하기 전 혼자만의 세계에서 하루를 반성하며 창조주에게 순종을 다짐하는 기도 등 하루 네 차례의 「의무 기도」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이밖에도 식사 전후·신도를 만날 때 등 기도를 통한 하나님과의 대화로 항상 천주님의 사자임을 잊지 않는다는 것이 김 신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 같은 일상의 기도 생활에도 불구하고 사제도 인간이기 때문에 하나님을 향해, 자기 자신을 돌아볼 때 항상 부끄러운 일과 반성할 일이 뒤따른다고 김 신부는 밝혔다.
그 결과 하나님의 뜻에 따라 행하지 못했을 때 잘못을 뉘우치고 새 사람이 되려는 「통회」는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성직 생활에서 큰 몫을 차지한다.
김 신부는 『기도는 하나님을 섬기는데 가장 필요한 것이지만 통회는 고해 등을 통해 자기 양심을 깨끗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평생의 자기 수련에 더욱 큰 힘을 제공해 준다』고 말했다.
이처럼 기도와 통회로 매일의 생활을 해나가지만 자칫 빠지기 쉬운 인간적 유혹을 이겨나가기 위해 모든 사제들은 1년에 6일씩 「피정」을 행한다.
피정이란 사제들이 몇 명씩 「그룹」을 만들어 외부 출입을 하지 않고 고요한 가운데서 기도하는 「가톨릭」 신자의 가장 중요한 신앙 고백 행사다.
아무리 훌륭한 사제라도 이 기간에는 수도자의 겸허한 자세로 기도와 강론을 경청함으로써 더욱 사제의 의무를 다 할 것을 다지는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하나님을 섬기며 독신으로 자기 절제하는 원동력은 적어도 6년이나 9년의 엄격한 신학교 수련으로 얻어지는 것이다.
국내 유일의 천주교 신학교인 「가톨릭」 대학 신학부 최윤환 신부 (신학부장)는 사제가 되는 길을 「인간으로서의 「나」가 아닌 하나님의 도구』가 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따라서 모든 신부를 지망하는 신학도들은 개인으로서의 나를 버리고 하나님의 사도가 되기 위해 모든 행동의 규제를 받아야한다.
성신 고등학교에서부터 시작되는 신부 교육은 겉보기에는 일반 고등학교나 대학의 과정과 비슷하지만 실제로는 기도와 절제가 중심이 되는 인내의 파정인 것이다. 한해 평균 60여명의 학생이 성소 (신부 되기를 지망하는 것)에 응하지만 신부로서 인정받는 서품까지에는 반수 정도가 중도에서 탈락하는 사실만으로도 그 어려움을 헤아릴 수 있다.
신학교 생활에서 가장 중시되는 것은 매일의 생활 교육. 신부가 되지 않는 소수의 학생을 제외하고는 모든 학생이 교내의 기숙사에서 엄격하기 이를 데 없는 공동 생활을 해야한다.
신부로서의 자질을 키우기 위해 기성 신부보다 훨씬 계율에 따른 생활을 요구받으나 스스로 택한 길이기 때문에 대부분 기쁨으로 응한다고 최 신부는 말했다.
최 신부는 학생의 일과가 아침 6시30분 묵상으로부터 시작, 성경에서 선정된 「테마」를 중심으로 묵상하는 동안 나와 하나님의 사이에 대화를 나눈다고 말했다.
신학교에서 특이한 것은 낮 12시30분부터 10분 동안의 「양심 생활」. 6시 기상에서 오전 일과가 끝날 때까지 하나님을 향해 부끄러운 일이 없었는지 양심에 묻는 것이다.
저녁 7시15분에는 같은 것을 반복함으로써 인내심을 기르는 「묵주의 기도」를 올린다. 「마태복음」의 내용인 『주의 경』을 5회, 「누가복음」 중 『성모의 경』을 53회 반복함으로써 철저히 신의 품에 안기고 자아를 잊어버리도록 습관화하는 것이다.
최 신부는 신학도들도 매월 하루, 학기 시작 전 3일간의 피정을 한다고 말했다.
가난·독신 생활·순종 등을 주제로 하는 피정은 한 학기·한 달의 반성은 물론, 앞으로 신의 계율 안에서 살도록 하는 원천적인 삶의 지혜를 터득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생활을 연구 과정까지 6년간 계속한 후 비로소 하나님의 증언자인 신부에 서품 된다.
이처럼 인고의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사제들은 청빈·정결·순명의 삼덕을 기준으로 수도생활을 하게 된다고 최 신부는 설명했다.
최 신부는 일반 사회인들도 사제와 마찬가지로 절제와 감사하는 생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모든 사물을 창조한 하나님께 감사할 수 있는 마음의 자세는 자기 수련의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안내했다. <임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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