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원본 정지용 시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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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정지용 시집/이숭원 주해, 깊은샘, 1만2천원

정지용(1902~?)의 대표시 '향수'의 '함부로 쏜 화살'이라는 구절은 1927년 이 시가 '조선지광'에 처음 발표됐을 때는 '되는대로 쏜 화살'이었다.

35년 '정지용 시집'을 내며 정지용이 개작한 것이다. '까페.프란스'의 '내발을 빨어다오'라는 구절도 26년 '학조'에 처음 발표됐을 때는 '내발을 할터다오'였다.

이 책은 교과서.논문.평론에 따라 시의 표기가 조금씩 달랐던 지금까지의 혼란을 피하기 위해 '정지용 시집' '백록담' 등 두 권의 시집과 이 시집들에 실리지 못하고 잡지에만 발표되었던 시들을 사진으로 찍어 원본 모습을 고스란히 담았다.

주석을 단 이숭원 서울여대 교수는 "정지용은 방언.고어.신조어를 많이 사용해 인용자의 자의에 의한 원작 훼손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원전을 그대로 제시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교수는 대부분의 현대어 표기본 시집에서 '카페.프란스'의 한 구절 '페이브멘트에 흐늙이는 불빛' 중 '흐늙이는'을 '흐느끼는'으로 표기하고 있는데 감정의 직접 토로를 삼간 시 전체의 분위기 등으로 미뤄 '흐느적거리는'이 맞다고 밝혔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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