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기우제로 바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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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이미 전설속에 묻혀 버린줄 알았던 기우제가 지금 이상기온으로 무더위가 극심한 서독·「프랑스」·「이탈리아」·「스의스」등 선진대륙 「유럽」에 한창 성행중이다.
「로마」 교황 「바오로」 6세를 필두로 「프랑스」를 비롯한 각나라의 주교·신부들이 제단을 만들어 놓고 하느님에게 『비를 내려 주십사』고 기원하는 모습은 돼지머리를 놓고 기우제를 올렸던 우리나라 농부들과 조금도 다를바 없다.
1백년만이라고도 하고, 2백년에 처음이라고도 해갈피조차 잡지못하고 있는 가뭄으로 「프랑스」의 경우, 벌써 30∼40%의 수확감소가 예상돼 77년도 예산을 위협하고 있는 실정-. 군대와 경찰·소방서를 동원하는 모양도 우리와 흡사, 하늘을 원망하는 태도까지 비슷하다. 다만 다른 점(?)이라면 좌파소속의 각 노조가 기독교도들을 규탄하는데 선수를 치고 있는 현상. 『하늘을 믿을 것이 아니라 노조운등에 참가하라!』 『기도란 영혼의 한숨에 불과하다』며 『하느님의 전지전능』을 부정하려 한다.
가뭄뿐이라면 「마리지엥」들의 불평은 그만큼 감소된다. 섭씨36∼38도의 더위에 「파리」는 가쁜숨을 내쉴뿐이다. 「버스」나 「택시」 운전사들은 반바지차림으로 진땀빼는 육체미를 과시, 『60도나 되는 운전석의 온도에 넋이 빠진다. 사고보다는 육체미의 감상을!』 이건 엄살만이 아니
다.「파리」의 관광명소인 「콩코도」광장이나 「에펠」탑 앞의 분수에는 열사병 직전의 산책객들이 체면이고 뭐고 없이 첨벙첨벙 뛰어들어 초만원-. 『마치 개인수영장처럼 말이다.』「디오르」 「샤넬」 「가르뎅」「모델」아가씨들은 『기록적 더위속의 영웅들』이라 불린다. 지금 한창 금년 겨울유행전시를 위해 털「코트」 털「잠바」등을 입고 연습중이기 때문.
7월의 첫 주말인 2일(이곳은 토·일 이틀을 쉬기 때문에 금요일이 주말)에는 2백여만명의 「파리지엥」들이 피서를 갔다.
「파리」의 더위는 수도물이 뜨겁다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하다. 깊이 3·5m의 「센」강물속이 섭씨29도.
한 과학잡지는 「프랑스」인 1인이 하루 1천7백ℓ의 물을 소모한다고 계산해 냈다.
이번 무더위로 내년 서구경제에 미칠 파급효과를 과소평가해서는 안될것 같다. 다만 두가지 희망적인 면을 이번 혹서속의 가뭄을 통해 발견할수 있는것은 천만다행(?). 지금까지 햇빛만 찾아 피서만 할 줄 알았던 「프랑스」인들이 냉방시설의 필요성을 뼈아프게 느꼈다는 점, 또한가지는 선풍기가 잘 잘팔리고 있는 현상이다.【파리=주섭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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