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새마을 연수원 등 예고 없는 시찰 7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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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6일 상오 11시30분. 예고 없이 수원 새마을 연수원 정문을 들어선 박정희 대통령이 현관을 지나 2층으로 올라가는데도 아무도 몰랐다. 정상천 정무 2수석 비서관이 안내하여 2층 복도를 걸어 갈 때야 김준 원장이 마중 나왔다.
강의중인 강당 문을 조용히 열고 들어선 박 대통령은 뒷자리 빈곳에 앉아 정문자 부녀 지도자 (전북 임실군 성수면 오유리)가 발표하고 있는 새마을 성공 사례를 연수생들과 함께 약 35분 동안 귀담아 들었다. 강의 시간이 끝난 뒤 박 대통령은 아래층 원장실로 들어가 김준 원장·김인환 농촌진흥청장과 환담했다. 박 대통령은 『월간 경제동향 보고 때 약 10분내지 15분 동안 성공 사례를 군수들이 하는데도 감동을 받는데 본인이 하는 것을 들으니 더 실감이 난다. 그러나 몇 시간 동안의 발표는 긴 것 같으니 요점을 추려 시간을 좀 줄이는 게 좋겠다』고 했다.
그리고는 『이번 입소생 중에는 나이가 많은 분이 많으냐』『그분들도 구보를 그대로 하느냐』 등 입소 생활 실태를 물었다.
김 원장은 『이번에는 입법·사법 요인들이 다 왔고 기초 마을·자립 마을 지도자가 함께 들어온 것이 특색』이라고 대답.
박 대통령은 『장관, 국회의원 등 정치가들은 정치·철학·경제가 머리에 꽉 차 있을 텐데 자동차가 원거리를 뛰다가 잠시 쉬고 윤활유를 넣고 정비하듯이 이곳에 들어와 인생 행로에 있어 정신적으로 정비해 나가는 것이 필요할 줄 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김 진흥청장의 『지난번 결정적 시기에 비가 와서 다행』이라는 말에 『정부가 그 동안 관정을 해놓고 양수기 등을 배치해 놓아서 많이 이용한 것 같다』며 『양수기에 「비닐·호스」를 많이 쓰는데 「폴리프로필렌」으로 「호스」를 만들면 상당히 오래 쓸 수 있고 길이도 50m단위로 해서 양쪽 끝에 연결 장치를 하면 몇 ㎞든지 길게 이용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소방「호스」를 관리하듯 벽에 걸어놨다가 한해 때 쓰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번 비오는 날 충북 음성 지방을 5시간이나 돌아보았으나 사람들이 물 푸는 것을 못 보았다고 말한 박 대통령은 양수기 보급 상태에 관심을 표명.
『이곳에 온 김에 연수생들과 점심을 함께 들겠다』며 1시간 가까이 원장실에서 오전 수업 끝나기를 기다린 박 대통령은 점심 시간이 되자 2층 식당에서 연수생 학생장을 하고 있는 남덕우 부총리·고택호( 전북 진안군 정천면 봉학리)·나기섭 (전남 신안군 지도면)·정문자씨 등 새마을 지도자, 그리고 김인환 청장·김준 원장과 자리를 같이하고 콩국수를 들었다.
박 대통령은 『콩국수가 맛이 좋군. 연수생들에게는 좀 맛없는 것을 먹이지 그래』라고 김 원장에게 농을 해 웃음이 터졌다, 남 부총리가 『정말 산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그 동안 가르치고 얘기만 들었는데 감명이 깊습니다』라고 말하자 박 대통령은 『사무실에 앉아 있는 것보다 편안하겠군. 찾아오는 사람도 없고 머리 썩힐 일도 없어서』라고 말해 다시 웃음이 터졌다.
박 대통령은 새마을 지도자들에게 담배를 권하며 『여기 들어오면 담배를 끊는 사람이 많다는데 우리가 모두 열심히 하면 다 잘 살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한 번 실패해서 용기를 잃지 않고 다시 일어나느냐의 여부가 중요합니다. 경제 동향 보고에서 성공 사례 를「브리핑」 받는데 열이면 다 한번쯤은 실패했다가 다시 일어난 사람들이더군요. 처음 새마을 운동을 할 때엔 주민들이 안 따라 오는데 어느 단계에 가면 자기에게도 이익이 되고 소득이 는다는 것을 알게 되어 재미를 붙이게 되면 그 다음부터는 쉽습니다.
장·차관들이 새마을 연수원에 들어와 느끼는 것이 다르겠으나 새마을 운동이 무엇인가, 새마을 지도자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가를 직접 보고 나가는 것, 즉 지도층이 새마을 운동을 알고 나가는 것이 중요하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큰 사기를 줄 것입니다』-이렇게 말한 박 대통령은 『나도 들어오겠다고 했는데 원장이 입학을 시켜주지 않아서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고 말해 모두 웃었다.
식사를 끝낸 뒤 박 대통령이 『내가 오래 앉아 있으면 교육에 지장이 있으니 이제 가지요』하며 식당을 나오자 연수생들은 박수를 치며 『좋아졌네 좋아졌어』라는 노래를 합창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경기도청에 도착, 지사실로 들어갔으나 마침 지사·부지사가 현장 지도를 하러 나가고 없어 5분 가량 기다렸다.
땀을 흘리며 들어온 조병규 경기도 지사에게 박 대통령은 『지금 경기도내 모내기 상황이 어떠냐』고 물었다. 조 지사는 『물 없는 논에 호미로 파서 모내는 것까지 내일로 전부 끝납니다』고 보고.
박 대통령은 『천수답의 작물 바꾸는데 지사가 앞장서서 잘해 나가야 한다』고 일렀다.
박 대통령은 자갈 밭길을 1시간15분간 달려 이천군 호법면 매곡리에 신축중인 청소년 지도자 연수원 공사장에 도착, 현장에서 정상천 제2수석 비서관으로부터 건설 현황 「브리핑」을 받았다. 박 대통령은 주위 조경 공사에 대한 현장 지시를 몇가지 했다.
박 대통령은 7시간 동안의 이날 시찰을 모두 마치고 하오 5시30분 청와대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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