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이 문제] 북부BIT산업단지 '미분양 용지 매입' 논란으로 표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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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시가 북부BIT일반산업단지 조성을 위해 미분양 용지 매입 동의안을 시의회에서 제출했지만 동의를 얻지 못 해 장기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사진은 단지 조감도.

천안 북부지역 산업단지 조성을 둘러싸고 천안시와 시의회가 수년째 마찰을 빚고 있다. 시가 시의회에 네 차례나 동의를 구했지만 의회는 요지부동이다. 보다 못해 사업 예정 지역 주민까지 나서 사업 추진을 촉구하고 나섰다. 시가 산업단지 조성을 위해 내놓은 ‘미분양 용지 의무매입’이 논란의 핵심이다. 사업 추진을 위해 꼭 필요한 방안인지, 민간 사업자에게 혜택을 주는 무리한 사업 추진인지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북부BIT산업단지 조성을 둘러싼 시와 시의회 간 갈등의 전말은 이렇다. 성무용 시장의 공약이기도 한 북부BIT산업단지 조성 사업은 2009년부터 추진됐다. 생명공학·정보기술 기업들을 유치해 천안의 성장동력 기반을 마련한다는 게 목적이다. 시는 이를 위해 타당성 용역조사를 기반으로 성환읍 복모리 일대 82만5000㎡ 부지에 1754억원을 투입해 산업단지를 조성한다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시는 세 차례에 걸친 민간사업자 공모 끝에 2010년 코오롱건설 36%, 대우조선해양건설 20%, 시 20%, 한성개발 14%, 한국부동산운용 10% 지분 참여로 구성된 특수목적법인(SPC)인 가칭 ‘천안비플렉스’를 민간사업자로 선정했다. 하지만 경기 침체와 수도권 규제완화로 기업 유치가 어려워져 민간사업자와의 투자협약(2010년 4월) 이후 사업은 더 이상 진척되지 않았다. 시는 이 과정에서 천안비플렉스와 협의해 개발 면적과 준공 목표를 조정해 2018년까지 108만1000㎡에 2526억8400만원(국비 706억6100만원, 민자 1820억2300만원)을 들여 생명공학·동물자원·유전자 같은 BT와 전자·영상 등 IT를 갖춘 단지로 계획을 수정했다.

그러나 시의회가 사업에 이의를 제기했다. 시가 사업자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준공 1년 후 미분양 용지를 매입하겠다는 조건을 명시했기 때문이다. 시는 2011년 6월과 9월 두 차례 시의회에 동의를 구했지만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과 지난 1일에도 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에 동의안을 다시 제출했지만 부결됐다.

시의원들은 ‘준공 1년 후 미분양 용지 80%를 시가 조성원가에 매입한다’는 동의안의 내용을 문제 삼았다. 이로 인해 시가 거액의 채무를 질 수도 있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의원들은 의무부담 동의는 분양 가능성이 분명치 않은 상태에서 시가 컨소시엄 회사 자본금의 수십 배에 달하는 금액을 채무보증해 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조강석 시의회 운영위원장은 “지난해 11월 부결된 동의안을 시가 다시 사업 타당성을 면밀히 검토하지 않고 제출한 것은 시의회를 무시하는 처사”라며 “이미 조성된 5산업단지에도 미분양 용지가 있는 마당에 북부BIT산업단지 미분양 산업시설용지의 80%를 시가 의무부담할 경우 시 재정은 파탄을 맞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의회 반대에도 불구하고 산업단지 예정지 주민들은 시에 사업 추진을 촉구하고, 시의회엔 주민 숙원사업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성환읍 자생단체장 20명으로 구성된 ‘성환BIT산업단지추진위원회’는 지난달 31일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BIT산단 조성사업은 인근 삼성 협력업체의 입주 수요가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으로 우수한 기업 유치를 위해 필요하다”며 “산단 조성에 5~6년이 걸리므로 지금 시작해도 늦는다”고 주장했다. 추진위는 이어 “시급하고도 절실한 BIT산단 조성사업이 지연돼 안타까운 심정”이라며 “일부에서 사업 타당성 미흡과 특혜 의혹을 제기하고 있으나 이는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시 관계자는 “산업단지 조성으로 지역경제 활성화가 기대되고 기업들 입주에 따른 재정 수입이 연간 53억8900만원에 달한다. 양주·포천·진천·목포 같은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준공 1년6개월~5년 뒤 미분양 용지를 인수하는 사례도 있어 특혜로 보기 어렵다. 여러 여건이 좋아지고 있는 만큼 산업단지 조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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