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동필<고대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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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변변치 못한 훈장팔자에 무슨 큰 계획이 있을리 없다.
얼마 안 가서 방학도 되고 하면 시골 산이라도 가보고 또 바닷가에 가서 머리도 식히고 몸도 쉬어 볼까 한다. 그러나 마음대로 될지 의심스러운 일이다.
그리고 시간이 있으면 이제까지 여기 저기에 쓴 잡문을 묶어서『제3세기 자본주의』라는 책을 낼 작정이다.
잡문이라도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1750년서 1850년까지는 제l세기 자본주의다. 1850년서부터 1950년까지는 제2세기 자본주의가 된다. 1950년 이후는 제3세기 자본주의로 들어가 있는 셈이다. 단계마다 안고 있는 문제가 모두 다 다른 것이다.
오늘의 문제의식은 과거의 문제의식과 같을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따라서 잡문이지만 엮어놓으면 그런 대로의 의의가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또「인플레이션」논을 쓸 계획이다. 오늘의「인플레이션」은 경제체제의 초점이 된다. 이「인플레이션」을 제대로 분석한다는 것은 오늘의 경제를 이해하는데 필요한「태풍의 눈」이 되기 때문이다.
신문이나 잡지에 여기저기 단편적으로 써왔지만 이번에는 체계적으로 다루어볼까 한다.
그러나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호랑이를 그려보려고 하다가 고양이가 될까 걱정이라는 말이다. 어쨌든 한번 써보는 수밖에 없다.
방학이 가까워지면 해마다 무엇을 하겠다고 벼르기는 하였지만 제대로 된 결과를 얻지 못하였으니 또「공상」이나 아니 될지 걱정이다.
나이 60고개에 이르니까 좀 철이 나는 것 같기도 한데 철들자 망령기가 생기면 어떻게 할 지 그런 것도 또 걱정이다.
걱정이나 하다 끝나는 인생이나 아닌지 혼자서 생각해 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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