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각국에 편 이 공산당의「귀국투표」공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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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요즘 몇 주 째「파리」를 비롯한 서독·영국의 국제공항과 각 국제선 역마다 갑작스럽게「이탈리아」로 향하는 행렬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이들은 모두가「유럽」각국에서 일하고 있는「이탈리아」이민들이다.
「예수」냐「마르크스」냐를 판가름하게 될「이탈리아」총선에 투표하려는 유권자들의 이동이 시작된 것이다.
행렬을 이룬 것은 대부분 노동자들로서「프랑스」공산당과「이탈리아」공산당의 이른바 「귀국투표작전」이 상당한 성과를 얻고 있는 것.
지난 7일「파리」에서 있었던「베를링구에르」와「마르셰」이·불 양국 공산당수의 회합은「프랑스」에 거주하고 있는 50여만 명의「이탈리아」노동자들을 이번 총선에 동원하자는「유럽」공산당간의 연합전략이었던 것. 그래서 지금「프랑스」의 각 기업에는「이탈리아」노동자들의 휴가신청이 쇄도하고 있다.
공산당의 전략을 알게된 공장주들은 마지못해 휴가를 승인하면서도 귀국은 하지 말라고 종용하는 실정.
「프랑스」관광당국이 추산한 귀국노동자는 적어도 20여만명이다.
귀국을 방해하는 현상은「파리」정거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구경거리다. 『당신이 비싼 돈 들이고 공산당에 투표해 보았자 결코 승리하지 못할 것이다』고 만류하는 측은 주로 노년층이다. 그러기 때문에『한 표를 조국에 바친다』고 응하는 사람은 당원들이며『휴가를 얻어 부모를 만나러 갈 뿐이다』고 변명하는 사람들은 좌파동조자들이다.
노동자의 대이동은「이탈리아」의 총선에「유럽」이 모두 참가하고 있는 이례적인 정치행사임을 말해준다.
「프랑스」의「미테랑」사회당수는 현재「이탈리아」에서「이탈리아」사회당의 유세장마다 나타나 지원연설을 하고 있는가 하면 최근에는「이탈리아」주재「프랑솨·퓌오」「프랑스」대사가 기민당 선거 유세장에 참석,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프랑스」의 야당이「지스카르」행정부가 「이탈리아」총선에 깊이 개입했다고 비난하자「쉬라크」수상은 외교관은 어떤 정치적 집회거나 초청 받았을 경우에는「업저버」로서 참석할 수 있다고 응수했다.
「퓌오」대사는 「베를링구에르」공산당수와도 두 차례나 만났다. 이 같은 일련의 이변은 이번 총선에「프랑스」등「유럽」각국이 얼마나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파리=주섭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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