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독립 2백주년 축하선물|『우정의 종』완성|로스앤젤레스에 올릴 「신라의 신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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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미 독립2백년의 나라선물「우정의 종」이 14일 완성돼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다.
국보 제29호인 경주봉덕사 에밀레「신종」 을 본떠 1천2백년만에 재현한 이 거종은 높이3백66cm·두께 20cm입지름2백27cm에 무게가 20t이 넘는 동양최대의 범종.
한미 양국의 영원한 우의와 번영을 상징하는 「우정의 종」은 7월초 미「로스앤젤레스」시 바다공원에 옮겨져 백의민족의 신비를 울려 펴게 된다.
12일 상오11시30분 서울강남구양재동189의1범종사(대표 김철오·34)거종제작소 제작 책임자 김철오씨·종장 김속박씨(40)등 4O여명의 관계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지하5m의 주종공에 깊숙이 묻혀있던 「우정의 종」이 대형기중기에 끌려 육중한 모습을 드러냈다.
종신 한복판에는 왼손에 비둘기를 들고있는 한복차림의 한국여인상과 오른손에 횃불을 들고 있는 자유의 여신상의 팔짱낀 모습이 조각되어 한미양국의 영원한 우의를 상징하고 있다.
그 옆에는 한국의 태극, 미국의 영광, 한국의 무궁화를 상징하는 무늬가 차례로 새겨져 있다.
용두는 에밀레종과 흡사하게 만들었으나 종신은 비천상대신 한미 두 나라의 우정을 나타내는 조각으로 장식했다는 것.
범종사 측은 14일 상오KIST의 현장정밀검사를 끝내고 16일까지 용두의 음관과 외형 틀의 이음자국을 손질한 뒤 전문가들과 스님들을 불러 음향실험을 실시, 범중의 생명인 음향과 여음을 측정할 예정이다.
범종사에서「우정의 종」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2월13일. 제작 책임자인 김씨는 노련한 종장과 종석공60명을 채용, 철야작업을 벌였다.
기존 공장이 비좁아 1백30명 규모의 대형공장을 신축하고 용량 1천2백kg들이 도가니 2O개와 수틀·암 틀의 종형을 제작했다.
김씨는 틈틈이『삼국유사』기록을 읽으며 에밀레종의 재작 방법을 터득했다.
신라의 국력을 기울여만든 에밀레종의 제작기간은 60년. 3대에 걸쳐 천신만고 끝에 완성된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우정의 종」의 제작기간은 불과 6개월. 김씨는 공정이 졸속과 날림으로 흐르지 않기 위해 매일 목욕재계하며 정신을 가다듬었다.
질 좋은 전기동을 사 모으고 배합용 주석은 「말레이시아」에서 수입했고 쇠붙이의 배합과 결합의 비법을 얻기 위해 서울대공대 강춘직 박사와 KIST 윤직상 박사와 기술지도를 받았다.
수십 차례의 합금실험 끝에 4월15일 1차 합금처리를 마치고 5월10일주형을 완성했다.
쇳물 녹이는 작업이 시작된 것은 6월3일 상오1시. 동괴82%,주석16%에 소량의 금·은·연·인을 섞어 20개의 도가니에 나누어 넣고 1천5백도 이상으로 끓였다.
4일하오3시, 범종의 성패가 달린 쇳물 붓기가 시작됐다. 암·수틀을 기증기로 땅 밑 구덩이에 넣은 뒤 1시간동안 주 입구4개를 통해 20t의 쇳물을 쏟아 넣었다. 거종은 8일 동안 흙 속에 파묻혀 모양을 갖춘 뒤 1천2백년만의 신종의 모습을 재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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