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성예금은 왜 둔화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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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금융기관의 저축성예금 증가율이 지난 4월 이후부터 계속 떨어지고 있는데 대해 유의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1·4 분기까지의 저축성예금 증가는 월평균 5백억원을 넘었었다. 그러나 4월부터는 3백억원 선에서 계속 저미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반드시 일시적인 것으로만 보기 어려우며, 경우에 따라서는 전반적인 저축 환경의 악화를 의미할 수도 있다.
물가에 대한 통화에서의 영향을 최소한으로 줄이겠다는 기본 방침이나, 이에 따른 국내 여신의 제한적 운영은 그만큼 저축 자원을 제약할 것이라는 것은 진작부터 예견되었다.
연초부터 각별히 조세·금리·보험 등 갖가지 측면에서 저축 유인을 늘린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었다.
그러나 적어도 5월까지의 실적만으로 보면, 이런 여러 가지 제도적 저축 유인은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우선 실적 자체의 둔화 이외에도 기업 또는 가계 적금의 해약이 늘고 있으며, 또 기대를 모았던 재산형성저축도 그 실적이 부진하다. 올해 중 1천억원의 납입을 기대한 재형저축은 지금 전망으로는 그 절반에도 이르기 힘들지도 모른다.
금융기관 저축의 부진과 예금 인출 증가와는 대조적으로, 증시의 자금순환이나 단자 회사 수신은 번갈아 가며 계속 호조를 보이고 있음은 주목할 만하다. 이는 곧 현재의 갖가지 저축 유인들이 금융 저축에 불리하도록 구성되고 있음을 의미할 수 있다.
저축 수단의 다양화를 목표로 한 이 유인들이 오히려 본원적인 금융 저축의 저해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금리 체계의 불합리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증권투자신탁이나 단자금리 또는 은행예금 이자율간에 비현실적인 금리 격차가 존재함으로써 은행 저축이 근본적으로 제약받아 온 지는 이미 오래다.
경기의 회복 추세와 함께 자금 수요는 크게 늘어남으로써 공 금리와 시중의 실효금리간의 격차는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공급 측면의 애로를 쉽사리 완화하기 힘든 지금의 처지에서는 자금 수급의 근본적인 「갭」을 해소하기가 어렵다.
이는 곧 공금리의 저축 유인 효과를 그만큼 저하시키는 결과가 될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은행 금리를 올리는 것도 마땅치가 않다. 시장 금리와의 격차가 워낙 크게 벌어져 웬만큼 올려서는 따라잡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로서 가능한 일은 여러 갈래의 자금 경로를 체계화하고, 너무 다양한 금리 체계를 정비하여 금리 격차를 되도록 줄이는 것이 유익할 것이다. 이는 자본 동원 기구간의 균형이라는 점에서 뿐 아니라 저축의 안정성을 높이는데도 기여하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의 불안정한 부침 또한 저축 증대에 큰 저해 요인이다. 금융기관 예금의 대량 인출이 최근까지의 증권시장 과열과 무관하지 않은 점을 볼 때, 자본시장의 안정 또한 시급하다.
본질적으로는 자본시장에의 자금 유입 자체가 저축의 효과를 지닌다. 그러나 현재의 자금순환은 투기적 투자가 더 두드러져 안정적인 저축 재원으로 집약되기가 어렵다. 이는 증시가 침체하자 다시 단자회사로 유휴 단기 자금이 몰려드는 최근의 변화에서 읽을 수 있다.
이런 부동 자금을 안정적인 저축으로 유도하기 위해서는 자본시장의 질적 개선이 불가피하다. 양적 팽창만 유도해 온 육성책에서 탈피, 보다 안정된 투자성 주주를 확보하는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
반면 재형저축의 부진은 가계 저축 여력의 한계를 의미한다. 따라서 조세면의 유인, 특히 소득세법상의 혜택이 확대되지 않는 한 재형저축의 중대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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