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내전의 국제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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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년을 끌던「레바논」내전은 6월「시리아」의 개입과 더불어 마침내 국제화로의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시리아」의 개인은「아사드」정권자신의 의사뿐 아니라「이스라엘」·미국·소련의 묵시적인 동조로 뒷받침되고 있다.
「시리아」의 입장으로서는「레바논」이 좌익회교도와 급진「나세르」주의자 및「팔레스타인·게릴라」의 장 중에 독점되는 것을 좌 시할 수 없었던 것 같다. 그렇게 된다면「레바논」에 대한「시리아」의 전통적인 영향력이 감소될 뿐만 아니라「이스라엘」의 예방 적 개입을 초래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한편 미국이나 소련 역시 이 시점에서는「레바논」의 그 극렬 좌파의 제압으로 인한 제5차 중동전이 발발하는 것은 원치 않기 때문에,「시리아」의 한정개입을 묵인하고 있는 처지다.「시리아」는 또한「이집트」의 영향력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급진「나세르」주의자를 포함한「레바논」좌파연합군을 억누를 필요가 있었다.
이 때문에「시리아」는 벌써부터「카말·줌블라트」의「레바논」인민사회당과 회교 군 및 「팔레스타인」해방군의 전면제압을 저지하고, 우파와의 정치적 타협을 종용하는 입장을 취해 왔었다.
그러나「프란지에」대통령이 사임하고 새로운 선거가 실시되어 정부가 재형성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좌익 연합군은 계속 무력제압의 길만을 추구했다. 현재의 실력으로 보아 기독교도들에 비해 회교도 측이 압도적으로 우세하기 때문이다.
때마침「리비아」「이라크」「팔레스타인·게릴라」들은 대「이스라엘」전면항전을 목표로 하는 이른바「거부전선」이란 것을 형성하여「시나이」휴전체제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게다가「이집트」역시「아사드」정권과의 경쟁의식을 노골화하려던 참이었다. 만약 이러한 경향을 그대로 좌 시하여「레바논」좌파가「거부전선」의 기폭제역할을 하게 된다면「시리아」·「이스라엘」·미국이 추구하는「골란」고원의 해결책은 허물어진다.
소련 역시 전쟁에서보다는 외교무대에서 중동의 교두보를 새로이 확보하려고「시리아」 의 개입을 지지했다.
이러한 이해관계의 일치에 따라「레바논」에서는 지금「시리아」·「이스라엘」·미국·소련의 공동전략이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 공동전략은 만만치 않은 도전과 반발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 우선 좌우 파를 막론한 「레바논」사람들 자신의 반 외세 감정이 있다. 그래서「레바논」의「줌블라트」와 우 분「마론」파 기독교 지도자는 극적인 협상의 계기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아사드」정권의 개입에는「시리아」의「바트」사회당내 좌파의 반발을 사고 있다.「줌불라트」파 회교도와 PLO의 적대감은 물론, 「이집트」도「아랍」외상회의 소집을 주장하여 「시리아」견제에 나서고 있다.
「아랍」급진파의 기수인「이라크」는 이미「티그리스」「유프라테스」강의 수리권을 둘러싸고「시리아」와 암투를 벌여 왔던 만큼『「시리아」의 개입은 숙적「이스라엘」을 이롭게 하는 것』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이러한 복잡한「아랍」진영내부의 사정을 두고 볼 때,「시리아」의 선제적인 도박이 어느 정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지는 의문이다.
어쨌든 지금 이 시점에서 중요한 일은 「시리아」나 미-소 및 다른「아랍」국들이「레바논」국민의 자결권을 최대한 존중해야 하겠다는 점이다.
또「레바논」좌우 파는 지금까지의 소승적인 아집을 버리고 즉각 정치협상과 공존의 기틀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자신들의 편협한 고집으로 그들의 조국이 지금 어느 지경에까지 왔는지, 다시 한 번 깊이 반성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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