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초「코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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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구두를 삶아 낸 국물』.
「코피」애호가들은 구역질을 내겠지만, 1675년 영국의 시민들은 「코피」를 두고 이렇게 혹평했었다. 그들은 황제 「찰즈」2세에게 이런 내용의 탄원서까지 내고 「코피」의 수입을 반대했다.
요즘 한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적절한 문구를 찾기 위해 고심할 필요는 없게 되었다. 『담배꽁초를 삶아낸 국물』이 다름 아닌 「코피」니 말이다.
차를 마시는 운치는 그만두고, 우선 그 물을 마신 사람들의 입맛이 어떠했을지 궁금하다. 찝찔하고 매캐하고, 구역스러웠을 것이 틀림없다. 한군데도 아니고 여기저기서 그런 「코피」들이 발각된 것을 보면 누구나 그 별미를 한 번쯤은 즐겼을(?) 것 같다.
다른 경우와는 달리 음식물에 대한 부정이나 사기엔 인정적인 분노가 앞선다. 생명에 대한 위협감도 있지만, 그보다도 본능에서 일어나는 불쾌감일 것이다.
번번이 보도되는 일이지만, 쇠고기에 구정물을 집어넣은 사건도 있었다. 살아있는 소에 소금물을 먹인 것은 그나마 모르지만, 쇠고기에서 혈관을 찾아 「펌프」로 구정물을 집어넣는 그 악착스러움은 실로 가증을 느낀다.
이번 꽁초「코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어쩌면 그렇게 악착스럽고 몰염치하고 뻔뻔스러워져 가기만 하는지 모르겠다.
필경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식품들이 시중엔 얼마든지 있을 것 같다. 어린이들의 푼돈을 노리는 얼룩덜룩한 식품들은 더구나 그 정체와 성분이 궁금하다. 요즘은 성인들까지도 「비닐」주머니에 든 유색음료들을 곧잘 빨아먹는다. 그 속엔 담배꽁초보다 더 가공할 물질이 들어있을 지도 모른다. 「비엔나」회의의 주역이었던 「프랑스」외상 「달레랑」은 소문난 「코피」애호가였던 모양이다. 그는 「코피」의 진미를 이렇게 정의했었다. 『악마보다도 검고, 지옥보다도 뜨겁고 천사보다도 깨끗하고 연애보다도 달콤한 것, 그것이 「코피」다.』
오늘의 시중다방에서 이런 「코피」를 찾아보기란 금싸라기 같을 것이다. 우선 질과 양에 있어서 이에 따르지 못하고, 깨끗함에 이르러선 더 할 말이 없다. 게다가 다방의 인정까지도 메말라 있다.
결국 꽁초「코피」는 다방의 세상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한 집 건너 다방이 늘어서 있는 세태하며, 「코피」값 시비하며, 불순「코피」하며…. 그것은 어딘가 잘못된 우리 사회의 단면까지도 보여주는 것 같아 더한층 고소를 짓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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