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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장엔 젊음이 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요즈음 나는 심심하면 야구장을 나간다. 술도 시들하고 바둑도 시들하고 당구도 시들하고1백원내기「포커·게임」도 시들해진판에 야구장엘 나가는 묘미를 발견해낸것은 당연한일이다.
오후 서너시쯤이면 으례 뒷골이 쑤시는 증세가 있고 머리가 혼탁해진다. 엎드려서 꿍꿍거러봤자 글이 잘 쓰여질리 만무하고 그럴때면 나는 야구장에 나간다.
담하나사이를 넘어으는 바람은 마치 산위에서 부는 바람같이 시원하다. 파란 구장위에 「유니폼」입은 선수들이 「볼」하나에 온 신경을 집중시기는 묘기는 보는 사람의 마음을 풀이게한다. 며칠전 야구시합땐 내 모교인 서울고가 본때있게 대통령배쟁탈고교 야구대회에 출전하였다. 내가 학교를 다닐때만해도 다들 얼굴이 노래져서 공부만했지 운동이라곤 보건체조도 제대로하는 녀석이 없었는데 야구라니? 나는 재학시절을 회상해서 모교선수들의「플레이」를 주시했는데 놀랍게도 잘뛰고 잘때리는게 아닌가. 그보다도 9회말까지 어깨나 마음이 죄어지는지 구경 도중 입안에침이 마르고 혈압이 오르는것으로 보아 역시 선배라는녀석은 환갑이 지나도 자기모교를 생각하면 가슴이 뛰누나 생각하였었다.
야구장안에는 젊음이 있다. 끓는 피가 있다. 공연히 혼자서는 입하나 벙긋하지 못하던 녀석도 여럿의 힘을 빌어 노래까지 부르는 무용단이 연출된다. 나는 경기가 끝나고 난뒤 진편에서 내던지는 방석과 술병조차도 기분좋다. 내친구들이 이러한 내게 미쳤다고빈정댄다. 그하나는늙온이 처럼 야구장에가서,앉아있다는것에 미쳤다는것이며 또하나는 서울고가 올해 어떤 대학에서선 우승한다는 내신념을 보고 미쳤다고 빈정댄다. 그러나 나는 모교의선배로서는 물론이고 야구「팬」으로서도 이겼다고 자부하는 것이다.
최인호 <소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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