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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슨 장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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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요즘 미국의 공화당 대통령 후보 지명전에서 「포드」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리건」을 두고 『웃기는 인물』이라고 혹평한 시사 평론가가 있었다. 「뉴요크·타임스」지의 저명한 「칼럼니스트」인 「제임즈·레스턴」. 바로 그가 『70년대 후반 미국의 운명을 한번 맡겨보고 싶은 인물』로 「엘리어트·L·리처드슨」을 꼽은 일이 있다.
올해 55세의 훤칠한 신사. 그는 지금 미국의 상무장관직에 있지만 그 전력들이 볼만하다.
1947년 「하버드」대 법과대학원을 나와 법원회기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 검사를 거쳐 1964년엔 「매서추세츠」주의 부지사. 「로버트·케네디」법무장관시절엔 그의 보좌관을 지냈으며, 작년엔 그 자신이 「매서추세츠」주의 법무장관이 되기도 했다. 그후 국무차관으로 발탁, 한때 보건·교육·후생 장관을 하다가 국방장관으로 임명되었다.
그후 법무장관으로 기용되었을 때는 「미스터·클린」(「결백」씨)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른바 「워터게이트」사건과 관련해서 「닉슨」대통령이 그 담당 검사(콕스)를 파면하라는 명령을 내렸으나 그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 자신이 법무장관직을 물러나고 말았었다.
그후 「포드」대통령은 주영대사로 그를 임명했었다. 그 어느 한자리를 놓고 보아도 요직과 중책이 아닌 것이 없었다. 지금은 상무장관으로 있지만 미국 사람들은 그를 다른 눈으로 보고 있다.
언젠가는 더 큰 자리를 맡을 사람이라는 것이다.
한 때는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로 나선 것이라는 소문도 없지 않았다. 최근에도 공화당 후보의 부통령 「러닝·메이트」설이 심심치 않게 오고 간다.
국방 장관시절엔 의회의 분분했던 주한 미군 철수 요구에 찬물을 끼얹기도 했었다. 미군의 주둔은 한국뿐 아니라 동북아의 안보를 위해 필요하다는 원칙을 제시한 것이다.
「레스턴」은 이 「리처드슨」을 『실용주의자』 『탁월한 법률가』이자 『행정가』 『적당한 나이』 등으로 평가하고 있었다. 「레스턴」은 서독수상 「슈미트」도, 불 대통령 「지스카르」, 영국 보수당 당수 「대처」여사도 모두 능력이 의심스럽던 『야외의 인물』임을 지적하고 「리처드슨」도 그런 의외 속의 한 인물이라고 말했었다.
22일 문제의 인물은 한미 정예 상공장관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내한했다. 양국의 상무가 별로 심각한 것이 없고 보면 그의 방한은 『견문을 위한 것』이라는 평도 없지 않다. 그는 의외로 극동 여행을 한 일이 없었다. 물론 그의 견문이란 관광 아닌 정치적 경륜으로서의 그것이다.
우리는 세계 무대의 위에 있는 사람뿐 아니라 그 뒤에 있는 숨은 실력자들도 알아 둘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레스턴」의 말마따나 오늘은 「의외의 인물」시대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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