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곯았던 이 둘이 만든 온라인 음식 주문 서비스 … 미 증시 첫날 31% 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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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에번스(左), 멀로니(右)

그들은 배가 고팠다. 야근을 할 때마다 시켜 먹는 피자에도 물렸다. 인터넷 주문이 가능한 곳을 찾아봤지만 신통치 않았다. 순간 기가 막힌 사업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온라인 음식 주문 서비스였다.

 매트 멀로니(39)와 마이크 에번스(37)가 미국 증시의 새로운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두 사람이 2004년 미국 시카고에 세운 온라인 음식주문업체 그럽허브(GrubHub)가 4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됐다. 이날 그럽허브 주가는 공모가 26달러보다 31%나 올라 3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엔 공모가의 1.5배인 40.8달러까지 오르기도 했다. 그럽허브는 기업공개(IPO)를 통해 2억 달러(약 2100억원)를 끌어모았다. 기업 가치는 27억 달러(약 2조8000억원) 이상으로 솟아올랐다.

 그럽허브는 전형적인 벤처다. 공동 창업자인 멀로니와 에번스는 시카고의 인터넷 부동산 중개회사에서 일하던 엔지니어 동료였다. 그들이 가진 것은 아이디어와 열정뿐이었다. 에번스가 먼저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냈다. 그는 하루 종일 시카고 레스토랑 주인들을 만나고 다니며 네트워크를 엮었다. 첫 달 월급은 140달러였다. 초기엔 힘이 들었지만, 잘 짜인 미국 벤처시스템 덕을 봤다. 벤처기업에 돈을 대주는 벤처캐피털들로부터 다섯 차례에 걸쳐 8300만 달러(약 880억원)를 조달해 사업을 키웠고, 2013년엔 뉴욕의 강자였던 심리스(Seamless)와 합병했다. 어느새 그럽허브는 연간 300만 명 이상이 이용하는 미국 최대 음식주문 업체가 됐다. 미국 내 600여 도시와 런던의 2만6500여 레스토랑에 하루 15만 개 이상의 주문을 내보낸다. 멀로니는 회사의 최고경영자(CEO)가, 에번스는 최고운영책임자(COO)가 됐다. 멀로니와 에번스 지분 가치(4일 기준)는 각각 7100만 달러(약 760억원) 정도다.

 그럽허브는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이다. 지난해 매출은 1억3710만 달러로 전년보다 67% 상승했다. 하지만 만만찮은 도전을 마주하고 있다. 온라인 주문 비즈니스는 진입장벽이 낮다. 매출은 늘었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순익은 급감했다. 맥도널드와 타코벨 등 대형 패스트푸드 업체들과 유명 레스토랑 체인들은 독자적인 온라인 배달망을 강화하고 있다. 그럽허브의 도전 극복기는 미국 닷컴 업계의 펀더멘털을 평가하는 또 다른 리트머스가 될 전망이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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