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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 초청으로 내한한 중국학자 전목 박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중국사상사』 『중국근 3백년 학술사』 등의 저술로 현대 중국의 석학이자 사상가로 꼽히는 전목 박사(대만 문화학원 교수)가 경북대 초청으로 16일 하오 내한했다.
경북대 퇴계 연구소가 주최하는 퇴계 사상 연구 국제학술대회에서 전목 박사는 『현대에서 퇴계학의 재인식』이라는 주제 논문을 발표한다.
이번으로 그의 방한은 두번째. 그는 중국의 전통 사상을 현대화하면서 그 근본을 함께 발전시킨 순수 중국학 학자다. 짙은 회색의 중국 전통 의상「마과」와 신발인 「부케」를 신은 모습에서도 그가 얼마나 중국 문화에 긍지를 갖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전 박사가 퇴계의 사상과 접하게 된 것은 퇴계가 주자를 이은 16세기의 대유였기 때문. 퇴계의 사상을 한마디로 말할 수 없지만 『좀더 세밀히 연구 소개할 경우 한국은 물론 동양 사상의 심연에 접근할 수 있는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1930년대 공자를 비롯한 선주제자의 연구로 전통 사상을 현대에 알맞도록 발전시킨 전 박사는 현재 중공에서 진행 중인 「공자 비판 운동」에 대해 정치 수단으로 하는 것일 뿐 학술적인 의미로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전 박사는 동양 전통 사상의 계승에 대해 19세기 서양의 자본주의와 제국주의의 팽창 때문에 잠깐 동양 사상의 발달이 주춤했으나 그것은 단기적인 현상일 뿐이라고 말했다. 특히 학술이나 사상적인 면에서 서양으로부터 독립하지 못한다면 여전히 식민지 생활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82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정정한 전 박사는 지금도 전체 중국 사상을 보완, 집필하기 위해 학문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는 6월 이전에 『상고선주』편이 나오고 『양한-당·오대』편과 『송원명청』의 사상사는 2년 안에 정리할 계획이란다.
현재 재직 중인 대만 문화학원에는 10여명의 한국 유학생이 있지만 직접 가르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본토의 강소성 무석이 고향인 전 박사는 피난 때 가족을 두고 와 현재는 재혼한 부인 호미기 교수(48·중국 교육사·문화학원)와 둘이서 살고 있다. 그는 특유의 방언을 사용하고 있어 부인이 그의 말을 받아 중국 표준어로 다시 설명해야 할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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