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경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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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4월중의 주요 경제지표는 경기가 크게 호전되어 가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수출의 계속적인 신장에 주도되어 생산·출하 그리고 건축물이 모두 크게 증가하고 있는 한편, 물가도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4월중의 수출입 동향은 이례적이라 할만큼 수입이 줄어들어 국제수지의 뚜렷한 개선을 시사하고 있다.
이들의 움직임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고 안정적인 추세를 보이는 것이라면, 그 이상 바랄 것이 없을 만큼 모든 지표는 건실하게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이러나 1·4분기의 제반 동향이 안정적이라고 단정하기에는 아직도 미흡한 요소들이 허다하게 남아있다.
이런 점에서는 앞으로 어떻게 정책을 이끌어 나가야 할 것이냐를 성급하게 가름하기가 어렵다는 것도 숨길 수 없다.
우선 4월중의 수입이 전월 대비 17.6%나 줄어들었다고 하는데, 이를 정상적인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경제가 호황 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수입은 늘어나는 것이 순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출이나 생산·출하가 크게 늘어났는데도 수입이 거꾸로 줄어들었다면 이는 적어도 두 가지 조건 중의 하나가 충족되어야 마땅하다.
즉 KFX수입을 외상수입이나 차관수입으로 크게 대체시켰거나,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수입 원자재를 국산으로 급속히 대체시켰어야만 그러한 수입 감소가 일어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들 두 가지 조건이 모두 존재하지 않았다면 수입 감소는 경기 호전과 연결되지 않는 모순이 있는 것이다. 이는 또 거꾸로 그러한 조건이 존재하고 또 충족되고 있었다면 국제수지의 본질적인 개선이라고는 단정하기 힘들다는 결과도 된다.
최근의 무역 동향이 그 어느 경우를 뜻하는지 확실히 알 수는 없으나 정책을 다루는 당국으로서는 사상의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서 오산을 예방하는데 깊이 유의해야 할 줄로 안다.
다음으로 4월까지의 수출이 20억「달러」를 넘어서고 있어 연간 수출 목표의 달성은 무난시 되고 있지만, 그중 섬유류 한 부문의 수출 실적이 10억「달러」를 넘기고 있다면 수출 구조상으로 보아 수출 신장에 문젯점이 적지 않을 것이다. 연간 수출 실적에서 섬유류 수출은 35%수준을 점하고 있었는데 지금 그러한 구조 비율을 월등히 상회하고 있다는 것은 바꾸어 말하면 기타 상품의 수출은 여전히 저조하다는 뜻이 된다.
그렇다면 연간 「코터」에 묶여 있는 섬유류의 수출 호황과 그에 따른 상반기 수출 실적만을 가지고 국제수지가 만족할 만큼 개선되고 있는 것이라고 단정키는 어려운 것이다. 이점 앞으로의 수출 추진에 있어 특별히 배려해야 할 남은 과제라 하겠다.
끝으로 수출 호전으로 무역금융이 늘어나는 것은 어찌할 수 없는 일이며 또 바람직한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해외부문의 통화 창조가 국내 여신의 긴축운영을 벗어나기 위한 업계에 탈출구로서 이용되고 있는 여지는 여전히 문젯점의 하나다.
수출 실적의 증가율보다 무역 금융의 증가율이 계속 웃돌고 있는 것은 국내 경제의 편의적인 호황을 가속시키는 결합이 있기 때문이다. 내수 외 일반적인 침체는 우리의 경제 실정으로 보아 불가피한 선택이기는 하지만 그 틈새에서 중소기업이나 금융 능력 없는 기업이 자금면에서 지나치게 시달리는 것은 깊이 유의해야 할 문젯점들이다.
요컨대 경기가 더욱 호전되어서 국민생활이 더욱 개선되기를 모두가 바라는바 이지만, 그것이 지속성을 갖기 위해서는 위에서 지적한 몇 가지 주요 관계가 정상화되어야 하겠다는 것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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