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새마을 지도자와 환담 1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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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박정희 대통령은 10일 낮 경제기획원 장관실에서 새마을훈장을 받은 강지명씨(69·제주도 남제주군 표선 단위 농업협동조합장), 권순찬씨(53·서울공고 교장), 박상구씨(54·전남 광주 삼양「타이어」사 대표이사)등과 곰탕으로 점심을 함께 하며 새마을 사업, 보리작황, 공고·농고 졸업생 등의 진학 문제 등에 관해 대화를 나눴다.
다음은 1시간 동안 나눈 대화 요지.
▲박 대통령=(남제주 군수에게) 남제주군에는 농가 소득 1백40만원이 되는 부락이 몇 개나 됩니까.
▲현치방 남제주 군수=군내 96개 부락 중 1백40만원 이상이 7개 부락이고 1백만원 이상이 46개 부락입니다.
▲박 대통령=절반 정도 되는군. 북제주군도 비슷한가요.
▲현 군수=북제주군은 남제주군보다 조금 떨어집니다.
▲박 대통령=(「슬라이드」를 보고) 남제주군 표선면 주민들이 자기 돈을 들여 긴 도로를 포장한 것은 참으로 훌륭한 일입니다. 주민들도 자기들 나름대로 계산을 했을 것입니다. 길이 포장되어 소득이 늘고 편리해져서 손해를 보지 않을 것입니다.
▲현 군수=수송이 편리해져 소득을 많이 올리게 됐습니다.
▲박 대통령=박 사장(삼양「타이어」)은 수출이 잘 돼 갑니까.
▲박 사장=초기에 계약해 놓은 곳은 조금 불리했으나 잘 되어 가고 있습니다.
▲박 대통령=작년에는 얼마나 수출했습니까.
▲박 사장=작년은 2천5백만불을 했는데 올해는 3천4백만불이 목표입니다.
▲박 대통령=서울 공고는 좋은 일을 많이 하고 있더군요. 앞으로 더욱 노력해 주기 바랍니다. 요즘 일반 고등학교와 공고 학생의 질은 어떻습니까.
▲유기춘 문교장관=과거 공고 학생들의 질이 약간 떨어진다고 했었으나 요즘에는 우수한 학생들이 많이 진학하고 있습니다.
▲박 대통령=서울 공고 졸업생이 서울대 공과대학에 진학하는 비율은 어떻습니까.
▲권 교장=대학 진학보다 투철한 사명감을 가지고 사회에 나가서 봉사하려는 학생들이 많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박 대통령=공고 졸업생이 서울대 공과대학에 진학하는 경우 특혜 같은 것은 없습니까.
▲권 교장=서울 공대 공업교육과는 정원의 30%정도를 공고 출신 학생을 받도록 돼 있습니다.
▲박 대통령=농고 출신 학생이 서울 농대 같은데 들어가는 경우는 어떻습니까.
▲유 문교장관=우대하는 방향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박 대통령=대학에 들어가 공과나 농과를 전공하겠다는 학생도 시험 때문에 인문계 고등학교 가게 마련인데 공고에서 실험 실습을 많이 하고 공과 대학에 진학, 이론을 배운다면 더욱 효과적일 것입니다. 농과도 마찬가지로 분뇨통도 메보고 손끝에 흙을 묻히며 실제로 농사일도 해본 농고 졸업생이 농과대학에 들어가야 우리 농촌에 정말 쓸모 있는 인재가 될 것입니다. 요즘 기술계 통학생이 인문계 학생들보다 정신면에서 자세가 좋은 것 같은 경향이 보입니다.
▲권 교장=지난번 중동 진출 기술자 1백50명을 배당 받았었는데 열심히 지원들을 하는 것을 보고 일을 열심히 하겠다는 자세들을 가졌다고 절실히 느꼈습니다.
▲박 대통령=국회의 산업 시찰은 모두 마쳤습니까.
▲김용태 운영위원장 5월중에는 다 끝낼 예정입니다.
▲박 대통령=우리나라 일부 국회의원 중에는 국회의원을 3, 4대나 지낸 의원이 외국은 서너차례씩 나갔는데 우리나라 공장건설 현황은 이번에 처음 가본 사람이 있다더군요. 남의 것을 보는 것도 좋지만 제것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효상 공화당 의장 서리=이번 산업 시찰은 많은 효과를 거뒀습니다. 여당 상임위원장들에게 야당 의원들이 공식적으로 감사하다는 인사들을 했습니다. 정부 사업에 불신이나 의심을 가졌던 일부 야당 의원들이 직접 보고는 감탄들을 했습니다.
▲박 대통령=금년 보리 작황은 어때요.
▲최각규 농수산 장관=중부는 약간 가뭄의 영향을 받았으나 남부는 대단히 좋습니다. 지난 5월4일부터 7일까지 평균 기온이4∼5도 가량 낮아 못자리의 냉해가 염려됩니다.
▲박 대통령=지난번 강릉에서 자동차를 타고 오다 보니까 어떤 곳은 보리가 아주 크게 자랐는데 어떤 곳은 조금밖에 자라지 못한 보리가 있더군요. 제주도는 어떻습니까.
▲현 군수=풍년이 예상됩니다.
▲박 대통령=농촌의 일손이 굉장히 모자란다면서요. 노임이 서울보다 비싸지 않나요. 취로사업의 경우 1천2백원인데 농촌에서는 하루 품삯이 1천5백원이라고 하던데….
▲최 농수산 장관=동네 사람끼리 하면 1천원이고 부녀자들은 7백원인데 외지에서 오는 사람에게는 1천5백원을 줍니다.
▲김정렴 비서실장=두끼를 먹이고 막걸리도 주지요.
▲박 대통령=1천5백원이면 실제 2천원 꼴이군요.
▲현 군수=남제주는 감귤 관계로 일손이 달려 북군보다 노임이 비쌉니다.(박 대통령은 점심 식사에 앞서 서훈자 3명에게 팔목시계를 1개씩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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