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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가정의 달 5월중에서도 특히 5월의 계절적 특성을 가장 잘 나타낸 날은 「어린이날」 이다. 깨끗하고 순결한 어린 생명이 바로 자연의 본질을 가장 아름답게 나타내는 것처럼, 어린이들의 심성과 행동 속에 인간이 구현해야 할 사랑과 평화가 담겨 있다고 생각되는 때문이다.
그래서 천진무구한 어린이들이 내일의 이 나라 주인공으로 씩씩하고 참되게 성장하는 것이 우리의 기대다. 「어린이 날」의 의미도 사실상 이 어린이의 곱고 아름다운 천진성이 구김살 없고 밝은 모습으로 내일에까지 지속되기를 바라는 인간 소망의 표현일 것이다.
신록의 싱싱하고 푸른 기운이 대지에 넘치고 하늘에 퍼지는 듯 어린이의 환호가 우리 사회 전체에 드높게 퍼지기를 기대하게 되는 것이다.
법정 공휴일이 되고 두번째로 맞는 이번 54돌 어린이날도 그런 어린이 사랑의 정신을 드높이는데 초점이 있음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어린이가 나이 어리고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미숙한 상태에, 있다고 해서 「덜된 어른」으로 얕잡아 보고 홀대하며 구박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그래서 어린이의 인격을 존중하고 어린이를 사랑하라고 강조하는 것은 비단 어린이날 제정의 선구자들인 「레오널드」 목사나 방정환 선생만의 염원으로 그칠 수는 없는 것이다.
사람은 본질적으로 아름다운 어린 시절에 대한 동경과 추억 속에 사는 것이며, 자라는 어린이들의 세계에서 삶의 활력을 얻고 사랑을 배우기도 한다.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는 말은 궁극적으로 인간은 과거의 생물학적 기억에 의해 지배되는 동물이라는 사실의 명료한 표현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나 어린이 존중과 어린이 사랑의 목표가 흔히 1년 중의 어린이날 하루에만 구가되어야 하는 것처럼 오해되어서는 안 된다.
어린이날에 어린이들은 고궁과 어린이대공원에 무료로 입장할 수 있으며, 목욕탕과 이발업소에서 반값의 할인 봉사를 받는 등 조그만 혜택을 입는다. 또 부모들과 함께 오랜만에 외출의 기회도 갖고 조그만 선물을 받을 수도 있으며, 수용 시설에 있는 불우한 어린이들에 대해서 특별한 관심과 배려가 베풀어지기도 한다.
이런 어린이날 행사는 모두 어린이들을 위해 마련된 것이며 그런대로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니지만 보다 근본적이고 지속적인 어린이 사랑의 기풍이 진작되기를 기대하는 마음 간절하다.
그것은 1년에 한번 맞는 어린이날의 잔치 분위기 가운데서 시달리고 지친 어린이들에게나 형편상 풍성한 사랑의 증거를 체험할 수 없어 우울감을 느끼는 어린이들에게 힘을 주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어린이들을 즐겁게 한다는 데에는 이의가 없겠지만 물질적인 보상이나 놀이의 즐거움으로 베푸는 사랑이 아니라, 아무 것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풍요한 사랑의 의미를 어린이들에게 가르치고 베풀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령 어린이들이 좋은 책을 읽어서 바른 생각과 맑은 정서와 뛰어난 지혜를 갖도록 올해 몇 개 단체들이 제1회 어린이 독서주간을 설정한다든가 새싹회가 이날을 어른들의 「술 안 마시는 날」로 삼자는 운동을 전개하는 것 같은 것이 모두 어린이날 정신의 근본화·지속화를 위한 추구일 것이다.
어린이들이 어른들의 무관심 때문에 외로움과 소외를 느끼지 않도록 사랑과 믿음의 연대를 우리 가정, 우리 사회에 심는 노력은 오늘과 같은 물질주의·쾌락주의의 풍미 시대에 더욱 요구된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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