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공산주의의 전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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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세계반공연맹 제9차 총회는 『공산주의를 분쇄하고 민족 자유를 수호하자』는 주제를 가지고 사흘간의 서울회의를 마치고 3일 폐막했다. 인지적화 이후의 아시아 정세와 한반도의 위기를 배경으로 세계자유세력의 3백여 대표들이 반공 전초기지 서울에서 대회를 열게끔 된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오늘날 자유세계는 동구와 중국의 적화이래 전후 두 번째의 대규모 공산주의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
제3세계에 대한 공산주의자들의 전복활동이 통일전선과 인민전쟁 수립을 대종으로 하고 있다면, 선진공업사회에 대해서는 의회주의를 악용한 좌파연합정부론을 가장하고 있다. 그리고 초대국 미국에 대해서는 이른바 긴장완화라는 허허실실의 외교전법을 활용함으로써 미국의 군사적 약화와 외교적 고립주의를 유도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전략전술 중에서도 가장 특징적인 수법은 역시 폭력혁명 이전 단계에 있어서의 그들의 교활한 기만전술이 아닐 수 없다.
공산주의자들은 상대방이 기진맥진하여 더 이상 힘을 쓸래야, 쓸 수 없게될 때까지 끈질기게 버틴·연후에야 비로소 결정적인 시점을 포착해서 무력침략을 감행하는 것이다.
그 과정은 곧 상대방의 내분을 조장하는 정치공작의 과정이며, 자기 자신의 무력을 비축하는 준비기간이기도 하다. 이 기간에 있어 공산주의자들은 항상 「최소한의 강령」만을 표면에 내세운다. 왕제국가에 대해서는 부르좌 민주주의를, 제3세계에 대해서는 민족해방을, 자유주의 사회에 대해서는 노동자의 권익을 표방함으로써 그들의 독재적·전제적 본질을 은폐하자는 것이다.
과거나 오늘날에 있어 많은 나라와 국민들이 그와 같은 기만적 선동선전에 놀아나서 숱한 판단착오를 범했던 것이 사실이다.
2차 대전 중 미국이 중공을 보는 눈이 그러했으며, 월남전 당시 미일의 일부 관측자들 역시 똑같은 과오를 범했었다. 그러나 이제 와서 뒤늦게 후회해본들 아무런 소용이 없는 노릇이다.
오늘날 인도차이나의 참상이 말해주듯 공산주의자들은 일단 집권하기만 하면 일체의 비공산계열을 숙청해버리고 사상 유례를 볼 수 없는 철저한 전제와 공포정치를 제도화해 놓는다. 그것은 마르크스레닌주의라는 사상 자체의 내재적인 요구 때문에 거의 필연적으로 도래하는 결과인 것이다.
그들의 사장이란 것은 마치 신학적 체계를 방불할이 만큼 철두철미 절대적·보편적인 교조임을 자처하기 때문에 다른 사고와 다른 행동이 용납될 여지가 없다. 만약 이러한 괴물이 지구를 석권하여 그 권력을 폭력으로 항구화한다고 가정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바로 지옥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오늘날 우리가 볼 때 서구의 낙관적 자유주의와 비동맹 이루의 좌경성향으로는 그와 같은 괴물의 마수를 유효 적절하게 막아내기가 어렵지 않을까 걱정된다.
공산주의자들의 다면적인 기만전술을 분쇄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은 그들과의 어설픈 타협이나 양보가 아니라 바로 힘에 의한 대화를 정착시키는데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두려워하는 유일한 상대는 오직 힘이 강한 나라요, 힘이 강한 국민임을 알아야 한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모든 대표들이 자유세계내부의 단결과 국제적 연대를 공고히 하여 『공산주의를 이길 수 있는 슬기와 힘을 발견하는데』거다란 진전을 이룩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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