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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외마약의 남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보사부는 한외마약의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마약법 중 개정법률안을 마련. 정부·여당 협의회에 넘겼다는 것이다.
개정내용을 보면 한외마약의 유통질서 일부를 규제하여 14세 미만 자와 정신병자·마약·기타 약물중독자에겐 팔지 못하게 한다는 것과 취급자에게 판매 한도량제와 기록제를 병행 실시, 판매절대량의 제한을 두기로 한 것 등이다.
한외마약의 부작용은 그 동안에도 여러 차례 논란이 되어왔다. 일반국민이 우선 알아야 할 것은 한외마약이란 마약인 「D·하이드로코데인」5mg 이하를 일반의약품과 섞어 만든 복합제제이며, 따라서 비록 마약은 아닐지라도 그 오용이나 남용이 인체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줄 위험성도 있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널리 쓰여지고 있는 「D·하이드로코데인」은 기침을 멎게 하는 진통제로서 이 한외마약을 10회분 가량 한꺼번에 복용하면 마약복용 때와 같은 환각작용을 일으키는 것이다.
때문에 마약중독자들은 마약의 외국 수입「루트」가 철저히 봉쇄된 2, 3년 전부터 한외마약을 대체품으로 써왔고 특히 작년부터 대마초의 흡연단속이 강화되면서 이 복합제제가 날개돋친 듯 팔렸다는 것도 그 이유를 알만한 것이다. 더 무서운 것은 일반 감기환자가 이를 남용했다가 중독과 비슷한 현상을 일으켜 마치 청량 음료수처럼 걸핏하면 복용하는 사례도 허다하다는 사실이다. 보사부가 작년 5월 동두천 등 9개 기지촌을 대상으로 한외마약의 부작용실태를 조사한 결과만 보더라도 그 폐해가 얼마나 큰 것인가를 알 수 있다. 이 조사에서 밝혀진 바로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외마약을 마약의 대용용, 또는 현실도피 및 환각용으로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며 일부에서는 또 음주한 것과 동일한 효과를 보기 위해서, 또는 수면제 대용으로 복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었다.
이리하여 한외마약의 작년도 총 판매량은 52억원을 돌파, 73년도부터 해마다 40%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미·영 등 선진국에서는 이 한외마약도 마약과 똑같이 다루고 있는 것이다.
의·약 분업이 완전하지 못한 일본만 하더라도 한외마약을 마약이나 습관성 의약품과 동일하게 의사의 처방 없이는 조금도 팔지 못하게 하고 있다.
그런데도 유독 우리 나라에서는 약국 뿐 아니라 심지어 매점에서도 마구 팔고있는 실정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보사부의 규제조치는 오히려 만시지탄이 있으며 그로써도 오·남용을 근절하기에는 크게 미흡하다는 느낌을 금할 수 없다. 약국에서의 기록판매제를 실시하기로 했다고는 하나 복용자가 여러 약국을 돌아다니거나 제3자에게 시키면 얼마든지 구입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수입에서부터 시중 약국에 이르기까지의 유통과정에 엄격한 규제를 행하기 어려워 얼마든지 유통될 가능성이 있음을 주목해야겠다.
끝으로 지적해야할 것은 한외마약은 지금까지 보사부의 의약품 재평가품목 대상에서도 제외되어 왔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한외마약에 「D·하이드로코데인」이 적당하게 함유되어 있는지를 가리는 검사작업이 앞으로는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이와 함께 「D·하이드로코데인」 수입량도 국내 적정 수요치를 산출, 재조정하는 등 원천적으로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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