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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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1897년, 「터키」전쟁이 일어났을 때의 얘기다. 세 숙녀가 「체홉」을 찾아가 시국담을 벌였다.
『「체흡」 선생님. 이 전쟁에서 희랍인과 「터키」인 중 어느 쪽이 이길까요?』
『그야 강한 쪽이 이기겠지.』 『어느 쪽이 강하다고 생각하시나요?』
『그야 물론 음식이 좋은 쪽이지.』
이때 「체홉」은 「버터」·「밀크」·쇠고기 등을 많이 먹는 쪽이 이긴다고 말하려했던 것이다.
쇠고기를 많이 먹어야 체격도 좋아지고 「스태미너」도 커진다고 한다. 우리네 권투선수가 약한 것은 쇠고기를 많이 먹지 못해서라는 말도 나올만하다.
쇠고기 파동이 있기 전까지 서울서는 매일 6백 마리씩의 소가 소비되었다. 그래도 놀랄 숫자는 못된다. 「뉴욕」시민에 비기면 그 5분의 1도 안 된다. 생선을 많이 먹는 동경시민에 비겨도 2분의 1 밖에 안 된다.
전국의 인구별로 따진다면 더욱 비교가 안 된다. 지난해에 우리 나라는 8만t의 소고기를 소비했었다. 50만두 꼴이 된다. 이것은 「덴마크」나 화란의 10분의 1 정도 밖에 안 된다. 수입에 비해서 고기값이 비쌀뿐더러 워낙 소가 모자란 탓이라 할 수밖에 없다. 쇠고기를 먹을 줄 몰라서는 아니다. 쇠고기라 하면 우리는 머리에서 꼬리에 이르기까지 어느 부분이나 버리지 않고 먹는다. 쇠고기 요리의 종류도 그만큼 많다. 소가 귀했던 예부터의 지혜가 쇠고기 요리를 그만큼 풍부(?)하게 만들어 낸 것이다.
소가 귀한 것은 아직도 한국의 쇠고기 값이 싸기 때문이기도 하다. 서울의 쇠고기 값은「뉴욕」의 절반 가량이 된다. 동경에 비기면 6분의 1밖에 안 된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콩·소맥 등을 가공한 인조쇠고기가 시판되고 있다. 채식주의자의 수도 8백만이나 된다. 그래도 우리와는 비교가 안 된다.
우리 나라도 세계적으로는 비교적 나은 편이다. 오늘날 세계인구의 75%는 동물성 단백질의 섭취량이 전 식품의 5%밖에 안 된다.
이 보다는 우리가 더 잘 먹는 셈이다. 또한 쇠고기란 식량 생산면에서 본다면 비능률적이다. 만약에 쇠고기 생산을 곡물생산에 돌린다면 서기 2050년에 가서 세계인구가 1백 90억이 되어도 식량문제는 해결되리라고 미국의 영양학자 「레지스터」교수는 말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까지는 쇠고기를 더 먹어야 하고 또 더 먹을 수 있어야 한다.
정부에서 쇠고기값 안정책으로 「뉴질랜드」산 소고기의 수입을 계획한다는 소리에 농촌에서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당연한 것도 같다. 우선은 쇠고기의 증산이 문제되어야 할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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