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묻은 「메콩」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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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인간이 이성을 잃었을 때 얼마나 잔혹해질 수 있는가. 한 주먹의 광적인 지배자들에 의해 한 나라가 얼마나 끔찍한 비극을 겪게되는가. 또는 인간이 얼마나 비인간화되어 갈 수 있는 것인가. 「캄보디아」의 오늘은 이에 대한 슬프고도 소름이 끼치는 해답을 내려주고 있는 것만 같다. 『「캄보디아」의 민족은 선량한 민족이며 평화·독립·평온한 생활을 열애하고 있다. 「캄보디아」 인민은 전통적으로 불교를 신봉하고 있다….』
지난 73년 7월에 「크메르·루지」군은 이런 성명을 발표한 적이 있다. 「프놈펜」의 함락이 임박했을 때 그들은 또 「론·롤」등 「7인의 배신자」 이외에는 모두 용서한다. 모두 함께 조국재건을 위해 일하자』고 거듭 방송했었다.
그런지 1년. 지금 「캄보디아」에는 몸서리치는 죽음과 공포의 고요만이 깔려있다.
한 때 3백만의 인구가 붐비던 「프놈펜」에는 지금 5만 명의 「크메르·루지」와 그 가족들만이 살고있다. 온 시민은 농촌으로 「총 추방」된 것이다.
『이것은 해방전쟁 같은 것이 아니라 혁명이다. 도시인은 농촌에 가서 농민과 함께 생활하여 근본적으로 사고방식을 개선해야 한다.』
이것은 「프놈펜」함락 후 「크메르·루지」 지도자들의 제1성이었다. 이래서 국경지대에는 신 정권을 무조건 지지하는 사람들만 살게 하고 대다수의 「요시찰 인물」들은 나라의 중심부에 가둬놓았다. 그리고는 주경을 완전 폐쇄한 다음 철저한 국토와 인간 개조운동에 나섰다.
우선 「브루조아」 출신의 자녀들을 「크메르·루지」 군인들과 강제 결혼시켰다. 시골로「총 추방」된 시민들은 10개의 가족끼리 한 묶음이 되어 집단생활 하게 됐다.
어린이들도 8세가 되면 가족과 헤어져 따로 공산교육을 받는다.
금전의 소지는 일절 불허되고 있으며, 노동량에 따라 현물이 배급된다.
가령 일할 수 있는 사람은 한 달에 16kg의 벼를, 노인이나 불구자는 8k의 벼를 받는다.
그러나 지금 「캄보디아」 사람에게 있어서는 의식주보다 더 절실한 문제가 죽음의 위협이다.
시골로 강제 이주되는 동안에 12만명 이상의 시민들이 길거리에서 쓰러졌다. 처형도 끊일 줄을 모르고 있다.
당초에는 「론·놀」때의 중위 이상의 군인들과 관리들, 그리고 그 가족들이 학살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끝없는 죽음의 행렬의 시작일 뿐이었다.
매일같이 수많은 「캄보디아」 사람들이 「불도저」로 생매장되기도 하고 곡괭이로 처형당하기도 한다. 몸이 찢겨 죽는 어린이들도 있다.
이리하여 「캄보디아」의 인구는 8%나 줄어들었다. 「크메르. 루지」가 이처럼 잔인해질 수 있는 까닭을 「타임」지는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그 이유를 6·25 때 공산치하의 참극을 겪어본 우리만은 알 수 있을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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