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도서관 사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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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벤저민·프랭클린」의 자서전을 보면 「전토·클럽」이라는 것이 있다. 「전토」(Junto)는 말하자면 「사사로운 모임」이라는 의미. 「프랭클린」은 뜻이 맞는 친구들을 모아 「전토·클럽」을 만들고 독서 운동을 폈다.
첫 사업은 우선 각 회원들로 하여금 정기적으로 독후감 발표회를 갖는 일이었다. 이 자리에서는 열띤 토론도 벌어져 회원들은 허술하게 책을 읽어 넘길 수는 없었다.
차차 그들의 뜻이 높아지면서 이번엔 도서관과 비슷한 기구를 만드는 일에 착안했다. 그것은 거창한 규모는 아니었고, 다만 각 회원들이 갖고 있는 책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서로 교환해서 읽는 일이었다.
나중에 이런 운동은 그들의 지역 사회에까지 발전해서 많은 주민들에게 독서의 편의를 주었다. 「프랭클린」의 「전토·클럽」운동은 미국의 도서관이 눈부신 발전을 이룩하는데 하나의 밑거름이 되었다. 오늘날 미국에는 주·시·군 단위로 국립, 혹은 공립도서관들이 무려 7천 2백 58개소나 있다. 한 도서관 당 인구수도 2만 7천명으로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적다. 우리 나라의 30만 명 당 1개뿐인 현실과는 실로 비교도 되지 않는다.
도서관 건립운동은 많은 독지가의 참여에서도 힘입은바 크다. 철강 왕 「카네기」는 막대한 재정적인 지원을 해 도서관 건립을 도왔다.
인류가 도서관을 갖기 시작한 역사는 오래다. 기원전 1천년에 이미 「바빌로니아」의 「니푸크」라는 곳에 있는 한 사원에서 도서관의 유적이 발견된 일이 있었다. 물론 역사초기엔 제왕들의 개인서재였다. 우리 나라 역사에서도 그런 도서관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고려 성종 때의 수서원, 이조 세종 때의 집현전이나 정조 때의 규장각 등이 그런 경우다.
요즘 한국도서관협회는 도서관 주간의 표어로 『세우자 도서관, 기르자 나라 힘』을 내세웠다. 인구 1인 당 겨우 0.29권의 장서에 도서관도 1백 개를 간신히 넘는 현실에서 도서관 건립의 필요성은 너무도 절실하다.
중앙일보·동양방송은 바로 지난해부터 창립 10주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지역사회 도서관건립운동을 펴오고 있다. 이미 진해와 군산에 각각 지방도서관을 건립, 기증한 바 있었다. 올해도 계속사업으로 천안과 경주에 각각 지역도서관을 건립하기로 했다. 다른 나라는 이미 2백 수십 년 전부터 해온 일을 우리는 지금에야 시작한 셈이다. 그러나 가장 필요한 일에 누구도 관심을 기울이려 하지 않았던 것에 문제가 있다. 본사의 사업은 당연히 국민의 사업으로 발전함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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