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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의 관료계획경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시장경제와 계획경제의 차이는 여러모로 분석되고 있지만 두 체제를 움직이는 근본적 원동력이라는 측면에서 비교할 때, 두 체계의 차이는 더욱 명료해진다.
시장경제를 움직이는 원동력은 기업가 정신이며, 이는 불특정 다수인의 경쟁을 통한 효율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다수의 창의성이 경쟁이라는 과정을 거쳐 효율이라는 척도에 따라서 승패를 판정 받는 것이 시장경제의 논리이며 그 승자가 축적의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적 축적을 전제로 하는 강력한 의욕의 발현이 곧 시장경제의 추진력이자, 또한 장점이기도 하다.
반면, 계획경제는 소수 계획관료의 과학적 계산능력에 모든 것을 의존하는 것이며, 기업담당 관리나 근로자는 계획의 집행명령에 따라서 움직이는 기계의 한 부품과 같은 것이다.
때문에 소수 계획관료의 천재적인 계산능력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계획경제는 결과적으로 보고서 경제와 같은, 생명력 없는 경제로 빠져들기 쉬워, 효율성을 높이고 기술혁신의 계기를 마련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이러한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서 소련에서는 이른바 이윤동기의 도입문제가 「리베르만」에 의해서 한때 제기되었고, 부분적으로 그것을 도입하는 시도도 있었던 것이지만, 중도에 흐지부지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본지에 작보된 바 외신이 전하는바에 따르면 소련경제는 그 병리가 날로 심화하고 있다는 것이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소련은 지금 서구의 기술도입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한다. 그러나 서구의 기술이 들어와도 그것이 기대한대로 성과를 올리기보다는 실패하는 경우가 많아서 좀처럼 소련경제의 병리를 해결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같은 기술과 장비를 가지고서도 같은 효율을 올리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경제에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없는 제약들이 소련경제에는 제도적으로 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계획의 달성 여부가 수량으로 표현되는 소련경제에서, 경제의 질적 개선은 하 순위의 것일 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척도에서는 절실하지도 않은 것이다. 그러므로 개혁이나 발전의 의지가 보편화할 수 없는 사회체제의 병리를 소수 관료의 두뇌로 해소시킬 수 없다는데 소련경제의 본질적인 모순이 있으며, 이제 그러한 난점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라 하겠다.
앞으로 소련경제가 서구경제와 경쟁키 위해서 어떠한 자극요인을 만들어낼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인간의 이기심을 인정하지 않고서는 보편적인 다수인의 창의력을 이끌어 낼 묘안을 찾기는 힘들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즉 개인의 이기심이 체제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지워질 수 없는 인간의 심성이라 한다면, 개인의 창의력을 이끌어 내는 가장 강력한 자극요인은 바로 사적 이윤동기임을 소련도 결국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다수의 창의력을 존중하는 시장경제체제를 전제로 하고 있으므로 모든 경제적 기회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고, 또 그러한 창의력에 힘입어 지난 10여 년간 고도성장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앞으로는 개인의 창의력을 더욱 발달시켜 시장경제의 강점을 더욱 살려 나가는데 인색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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