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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롱」당한 도범소탕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불법무기류 일제단속 및 도범소탕령이 내려진 가운데 한낮 서울도심지에서 발생한 은행 「갱」사건은 경찰수사망의 헛점을 다시 한번 드러나게 했다.
더구나 이 사건은 하루 전에 일어난 서울 회찬동 공진사 전당포 권총강도 미수사건의 범인과 동일범의 소행으로 추정되고있어 경찰이 공진합 사건범인 검거에 주력을 기울였으면 나중의 범행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 라는 아쉬움을 남겨 주고있다.
이 사건에 앞서 9일 새벽에도 서울서대문구남가좌동 보광당 금은방에 도둑이 들어 귀금속 천여 만원 어치를 몽땅 털어 간 다액 도난사건이 일어났었다. 경찰은 도범소탕령에 따른 낮도둑증가로 검문검색을 야간에 뿐만 아니라 주간에까지 전례 없이 강화했다고 했으나 잇따른 강력사건을 예방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검거에도 여전히 무력함을 드러낸 것이다.
이 사건의 경우 범인은 어딘가 부자연스런 「스포츠」형 머리에 철 이른 남방 「샤쓰」를 입고 무기가 든 가방을 든 채 현장주위를 서성거렸고 범행 후에도 큰길을 지나 유유히 걸어서 달아났다. 그러나 범행 직후 비상「벨」소리를 듣고 출동한 경찰은 기동력도 갖추지 못한 채 맨발로 뛰는 범인의 도주로를 차단하지 못했고 불과 5분전에 은행을 나간 범인의 행방은 쫓지도 못했다.
이번 사건이 경찰에 처음 신고된것은 처음2분만인 하오4시22분. 관할인 종로5가 파출소의 비상「벨」이 울린 것이다. 「벨」 소리를 듣고 바로 파출소 순경 2명이 출동했고 4시28분에 본서인 동대문경찰서 형사계에 보고됐다. 그러나 시경상황실에는 사건발생 40분 후인 하오5시에야 보고됐고 서울시내에 비상망이 처진 것은 이보다 5분 늦고, 사건발생 45분만인 하오5시5분이었다. 이 시간이면 범인이 걸어서도 서울시내변두리까지 피신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 같은 수사늑장은 최근에 발족한 특별기동순찰대나 무전기를 휴대, 순찰 중인 외근형사들의 근무대세 및 경찰 종합상황실의 비상망 지휘체제에 다같이 문제점이 있음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언제나 거액의 현금을 다루는 금융기관의 경비상태도 조금도 개선되지 않고 있음이 드러났다.
단골고객이 아닌 범인이 마감시간이 임박해서 들어와 정문 「셔터」가 내려진 뒤에도 서성거리고 있었으나 누구하나 이를 수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막상 권총이 발사되고 강도임이 밝혀졌지만 비무장인 체 「카운터」밖에 격리돼있는 경비원은 비상「벨」이나 전화사용이 불가능, 속수무책이었다.
유사시에 대비, 설치된 비상 「벨」도「카운터」 근처에는 지불 계주임 석에 1개뿐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지점장 석·차장 석·응접실·숙직실(2충)등에 장치되어 범인의 눈에 띠지 않는 사이에 「벨」을 누르기가 어려웠다.
관계자들은 최근 경찰이 대규모 숙정으로 전반적으로 사기가 저하 된데다 이에 겹친 대규모 인사이동으로 수사 및 지휘체계가 제대로 확립되지 않은 것이 이 같은 주요범죄발생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요인의 하나라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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