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없이 주가 올랐을 땐 조심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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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많은 선의의 투자자들에게 불안감을 주고 바야흐로 본궤도에 오르려는 증권업계에 찬물을 끼얹은 결과가 되었으니 이번과 같은 사건은 결코 재발되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증권업협회부회장이기도 한 강성진. 삼하증권사장은 신진자판주사건은 특히 불법주식을 발행했다는데서 더욱 충격적이라며 서두를 꺼냈다. (지금 증권업계는 신진자판주사건의 여파가 확대되어 증권시장질서가 무너지는 사태로 번지기전에 사건이 터진 것을 한편으로 안도하면서 사건재발방지책을 논의하기 위한 모임이 부산하다)
-증권회사들은 사건기미를 언제 알았나.
『신진자판회사가 부실화 됐다는 얘기는 오래 전부터 나돌았다. 그래서 우리는 고객들에게 권유를 꺼렸고 관망해왔는데 지난해 11월초 모 은행이 우리회사(삼하)를 통해 팔아달라고 내놓은 신진자판주 5만주를 떠맡으면서 수도결재를 제때 못해 낌새가 발각된 것이다.
당시 이번 사건의 주역인 윤응상씨 측은 가격상승을 유도하기 위해 시장에 나온 주식을 인수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한꺼번에 그렇게 많은 주식이 쏟아져 나올 줄은 몰랐던 것 같다.
만약 그런 일이 없었으면 피해는 확산되고 증권계는 큰 파동에 휘말릴 뻔했다.
-이른바 62년5월10일의 증권파동과 이번 사건은 어떻게 다른가.
『62년 파동때도 주역은 윤씨였는데 이번엔 22만1천주의 허위 증권, 즉 불법주식을 발행해서 그것을 유통시장에 내놓았다는 점이 「쇼킹」하다.
62년 파동때는 윤씨 측에서 가격책동을 계속하다가 수십 억원 어치의 주식을 산후 그 대금을 결제하지 못함으로써 거래는 마비되고 올랐던 주가가 폭락, 결국 근 한 달 동안 증시가 휴장 되는 사태를 빚었던 것이다(당시 윤씨가 명동증권가에 나타나 방긋 웃으면 주가가 올라갔다는 얘기다).
62년 경우는 일반 투자자 중에 피해자가 많았으나 이번엔 일반투자자중에서 피해자가 적었다.
불법주식은 대부분 한국증권금융과 몇몇 증권회사가 갖고있고 일반투자자들이 갖고 있는 것은 약 3천주로 어림된다.
그러나 이 사건으로 매매거래가 정지됨으로써 합법 주를 갖고 있는 많은 선의의 투자자들은 적지 않은 피해를 본 게 사실이다. 』
-피해본 일반투자자들에 대한 구제책은 없을까.
『합법 주를 갖고있는 투자자들에 대해선 발행회사가 책임질문제지만 불법주식(초과발행분)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그 주식을 매매 알선해준 증권회사에 찾아가 피해보상을 청구할 수 있지 않을까 본다.
또한 증권회사 측에서도 고의는 물론 아니지만 불법주식을 알선해 준데 대해 도의적 책임을 느낄 것으로 생각한다(강 사장은 지난 74년 해태제과주의 위조 주 사건 때 그 주식을 모르고 알선해준 증권회사에서 판상해 줬던 사실을 예로 들었다).』
-신진자판주사건 직후 증권업계에서는 어떤 대책을 세웠는가,
『사건이 발각되자 증권업자들은 즉각 대책을 논의, 고객「블랙·리스트」제를 실시키로 하고 상습적으로 가격책동을 일삼는 고객을 「체크」하기 시작했다.
또한 특정종목을 둘러싸고 이상한 매매주문이 있거나 풍문이 나돌면 증권회사들이 긴밀히 연막, 「체크」하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제2의 신진자판주사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결코 있어서는 안되지만 현재의 제도아래선 불법주식의 발생과 조직적인 주가책동을 사전에 가려내기가 힘들게 되어있다.
발행주식·폐기주권·예비주권 등을 수시로 감리 할 제도적 장치와 예비주권의 사용도 증권대체결제회사(거래소산하회사)또는 독립공증기관의 관여 하에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현재 새로 공모하는 주식은 전부 조폐공사에서 인쇄하고 있다).
또한 주가책동을 막기 위해 아무런 객관적 이유 없이 주가가 급변하는 경우나 또는 계속 올라가거나 내려가는 경우 일단 거래내용을 주의 깊게 「체크」하는 제도를 강화하여야 한다.
선진국에서는 그런 경우 일단 매매거래를 정지시키고 그 이유와 배경을 규명한 다음 다시 상장시켜 투자자들을 보호하고 있다.』
-이번 사건이 주는 교훈은.『일반 투자자들에 대해선 이른바 뇌동매매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데 좋은 계기가 된 것 같다.
투자자들은 반드시 주가가 움직일 때 왜 움직이는가를 정확히 판단해서 선별투자를 해야 할 것이다.
한편 증권업자 측은 공정거래질서와 투자자보호를 사명감으로 인식, 불건전한 거래가 생기지 않도록 창구지도를 해야할 것이다.』
문제의 신진자판은 GMK의 지주회사인 신진자동차공업의 자동차판매를 목적으로 설립, 지난 68년12월에 상장됐었다.
현재의 납입자본금은 12억9전7백 만원이나 작년도 결산결과 2억4천여 만원의 적자를 내자 기자본을 잠식, 실제자본금은 10억8천 만원으로 되어있다. <이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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