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속하지 않다 한국의 주간지|오인환 교수(경희대) 조사·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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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국의 주간지(또는 지)는 일반적으로 저속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그러나 오히려 주간지가 일간신문보다 저속하지 않다는 주장을 내세운 신문학 교수가 있다. 오인환 교수(경희대)는 몇몇 사건을 다룬 일간과 주간기사를 대상으로 한 독자의 평가를 통계로 그 같은 주장을 뒷받침했다. 오 교수의 조사는 박동명 사건·이팔국 사건·김대두 사건의 기사에 관해 모 대학생 1백명을 상대로 했으며 평가대상매체는 6개 일간지(경향·동아·서울·조선·중앙·한국)와 4개 주간지(주간중앙·주간여성·주간한국·주간경향)다. 오 교수는 이 조사결과를 지난 6일에 있었던 고 곽복산 교수 추모강연회에서「주간지의 방향」이란 제목으로 발표했다. 다음은 오 교수의 강연요지.
일반 일간지와 대중 주간지에 대한 청소년집단들의 대중매체 노출도를 비교한 바에 의하면 일반 일간지의 경우 가장 많이 구독하고 있는 집단은 남녀대학생으로 노출도 90∼99%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가장 적은 노출도(10∼19%)를 보이고 있는 것은 소규모 공장여공집단인데 반해 대중주간지에 있어선 술집접대부들이 가장 높은 구독률(70∼79%)을 나타내고 있으며 야간 남고생 및 여대생집단이 가장 낮은 구독률(1∼9%)을 보이고 있다.
기사건수 백분률에 대한 일반일간지와 대중 주간지의 내용비교에선 일간지의 경우 범죄·성·비행에 관한 기사 게재율(76년3월중 1개 신문 1주 평균)은 사회면기준 33%, 대중 주간지의 그것은(75년 11월중 1개지 1주 평균) 7%를 각각 기록하고 있다. 비해당(기타 기사·소설·만화) 게재율은 일간지가 59%, 주간지가 64%를 나타내고 있다.
이미 다루어진 범죄의 유형별 기사건수를 보면 살인·강도·방화·강간·암살 등의 경우 일간지는 사회면 기준 6건, 주간지는 2건, 유괴는 각각 1건씩이고 폭행(「테러」·상해·협박·공갈·갈취 등)은 각각 7건과 2건을 기록하고 있다.
사기·횡령·배임·위조는 일간지가 13건. 주간지가 2건을 기록하고 있어 범죄기사는 일간지가 주간지보다 많이 보도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범죄건수가 가장 많은 날과 적은 날의 기사건수와「스페이스」비율(76년3월중 1개 신문)을 보면 범죄기사가 가장 많은 날은 9건으로 전체기사의 52.9%를 차지하고있으며「스페이스」비율은 7백평방㎝로 62.6%를 차지하고 있다. 적은 날은 2건으로 전체기사의 12.5%, 「스페이스」비율은 1백86평방㎝로 16.3%를 기록하고 있다.
박동명사건과 이팔국 사건의 경우를 보면 주간지는 일간지보다 저속하다는 일반 통념을 깨뜨리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결론적으로 주간지가 일간지보다 저속하다고 도매금으로 간주해 버리는 것은 속단이며 주간지의 육성을 위해선 매도보다는 안심하고 제작자 양식에 맡기는 풍토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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