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기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꽃들이 피기 시작했다. 진달래와 개나리가 한창이다. 남녘은 벚꽃이 만발해 있다고 한다.
꽃은 언제 보아도 사람의 마음을 아름답게 만들어 준다.
「콘크리트·정글」속에서 회색의 나날을 보내는 도시인들에겐 겨우 화원·안개 낀 창 너머로나 꽃구경을 한다. 그것도 온실에서 간신히 피워놓은 여린 꽃들이다.
그러나 봄은 우중충한 담장에도 답답한 골목길한 구석에도 건강한 꽃들을 피워 놓는다. 집집마다 좁은 마당이지만 개나리 한 그루, 목련 한 그루쯤은 소중히 키우고 있는 것 같다. 이 무렵이면 자랑스럽게 그 꽃들을 피워놓는 것을 보면 그래도 인간의 따뜻한 숨결을 느끼게 된다. 무표정하고 무뚝뚝하고 이악스러운 사람들이 그런 마당을 가진 집 속에 살고 있을 것 갈지는 않다.
구미의 도회지들을 여행해 보면 임립한「아파트」군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때로는 사람들도 보이지 않고 스산한 기분마저 들게 한다. 그러나 그 막막한「빌딩」틀의 창변엔 저마다 조그만 화원들을 꾸며놓고 있다. 우선 파릇파릇한 녹색의 자연에 친선 시선이 닿으면 여간 반갑지 않다. 공연히 긴장된 마음도 절로 풀린다. 싱싱한 꽃들이 피어있으면 그런 기분은 더 할 나위 없다. 비로소 사람의 미소와 표정을 본 듯 싶어 마음이 가라앉는 것이다.
일본의 지하철을 타면 연녹색의 조그만「포스터」들이 붙어있는 것을 보게된다. 『워크·인·그린, 토크·인·그린』-이라는「캐치·프레이즈」가 적혀있다. 녹색의 자연 속을 걸으며, 그 속에서 대화를 나누자는 뜻이다.
자연의 빛깔은 사람의 마음도 푸르게 만든다. 더구나 꽃들은 침묵한 가운데서도 우리에게 평화를, 안정을, 그리고 인정을 교훈하는 것 같다.
영국의 영화감독「데이비드·린」의 작품들을 보면 언제나 무슨 꽃이 등장한다. 영화「닥터·지바고」는 그 음산한 혁명기의「러시아」사회를 배경으로 하고있으면서도 수선화가 피어있는 광경을「스케치」하고 있다.
「린」이 감독한『라이언즈·도터』라는 영화도「아일랜드」의 종교전쟁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그 역시 음산한 분위기 속에서도 백합화는 여간 인상적인 것이 아니었다.
꽃은 모든 사람에게 위안과 희망을 준다. 병상에 누워있는 사람은 꽃 한 송이에서도 생명의 기쁨을 느낀다.
바로 그 자연의 선물을 만끽할 수 있는 이 봄철에 한 그루의 나무도 가꾸지 않고 사는 사람들은 그만큼 생활의 즐거움도 잃고 있는 셈이다. 우리의 일상은 하다못해 조그만 화분 하나를 화창한 햇볕이 드는 창 변에 내놓는 마음의 여유에서도 기쁨을 찾을 수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