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 평가받은 한국문화|일 경도서 열린『한국미술 5천년전』한달 결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일본 경도국립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한국미술 5천년전」은 24일로 개막 한달째를 맞았다. 일본「매스컴」·학계의 관심이 날로 높아져 가는 가운데 입장객 수는 10만명을 돌파하게 됐다. 이번 미술전을 계기로 한국의 고대미술에 관한 한일 학자들의 학술강연·좌담회도 활발히 열리고 있다. 요즈음의 입장객 수는 평일에 4천명 선이고 토·일요일에는 8천∼9천명에 이르러 지난 24일 현재 모두 10만명을 넘게 되었다. 박물관 측은 경도전시가 끝나는 4월18일까지는 3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벚꽃철인 3월말과 4월초에「한국미술 5천년전」은 가장 인파가 붐빌 것으로 박물관 관리사무소 측은 내다보고 있는데 경도에는 한국미술전으로 일본 각급 학교의 수학여행이 많아「호텔」·여관의 예약이 힘들 정도다.
장야현의 상전고교생 2백65명을 인솔 「5천년전」에 수학여행 온 일인교사는 전시품을 보고『한국문화와 일본문화는 비슷한데가 있음을 보고 새삼 놀랐다』고 하며 『학생들이 찬란한 미술품에「쇼크」를 받은 것 같다』고 감탄했다.
그 동안 일본 신문들은「5천년전」에 별 논평이 없었다. 그러나 요즘 들어 반응이 보이기 시작한다. 「마이니찌」신문은 한 나라의 인정을 알려면 그 나라 예술을 보는 것이 가장 좋은 길이라며『고대 한국미술품을 한자리에 전시하여 특히 왕릉유보에 관람자들이 매혹 당하고 있다』고「5천년전」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고대의 일본·조선·중국의 관계는 종종 어린애·유모·모의 관계로 일컬어져 왔는데 이 같은 역사의 상식을 재확인한 것이 이번 전람회』라는 이 신문의 평이 주목되고 있다.
일본 NHK-TV는『5천년의 미』라는 30분 특집「프로」로 한국미술전시품에 대한 토론의 광장을 마련하기도 했다.
지난 10일 밤 방영된 이「프로」에는「마쓰시다·다까아끼」경도국립박물관장·「모리.·고이찌」교수(동지사대 교수·고고학)·「야끼·가즈오」교수(경도시립예대교수·도예가)·「우메하라·다까시」교수(경도시립예대학장)등이 참석, 선사시대·삼국시대·불교공예미술·고려자기·이조백자·회화 등 6개 분야별로 한국미술의 흐름에 대해 토론을 했다.
여기에서 일인 학자들이 결론을 낸 것이 일본의 한국미술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고 한국미술과 일본미술의 관계를 다시 한번 정리해야된다는 점이었다.
「5천년전」이 열리면서 한국미술에 대한 학술강연회·좌담회가 많이 열리고 있다.
이 중에서 주목할만한 것은「아사히」신문 주최로 열린「한국미술5천년 전」기념강연회(2월25일)였다. 「오오사까」에서 개최된 이 강연회에는 일본관서지구 역사학계 관계자 6백 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을 이루었다.
경도대학「우에다·마사기」교수는 고대의 한국과 일본문화의 관련성에 언급, 「5천년전」이 한국문화의 입체성과 일본문화의 형성에 한국문화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더욱 깊이 연구하도록 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에다」교수는 일본인 중에는 한국문화에 대한 편견이 있음을 상기시키고 이 같은 편견이 시정되어야 할 시기가 왔다고 까지 말했다.
한일학자의 공동좌담회도 개최되어 주목을 끌었다. 한국 측에 최순우 국립중앙박물관장과 한병삼 경주국립박물관장, 일본 측에서「아리미쓰·교오이찌」경도대 명예교수(한국고고학)와「마쓰시다」경도국립박물관장이 참석한 좌담회에서 「아리미쓰」교수는『전람회에 전시된·청동제의 일상생활용품을 보아도 고대조선에 독특한 청동기 시대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아리미쓰」교수는『조선고고학을 연구하고 있는 나도 조선의 동검·동융·동모 등이 전부 중국에서 수입된 것으로 알고 있었으나 실은 한반도에서 제조된 것이 명확하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일본학자들 중에는 한국에 청동기시대가 없다고 보는 견해가 많아 이 같은 「아리미쓰」교수의 견해는 학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동경=김경철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